다섯 남매 중 넷째인 P(여·정신지체2급)씨는 태어나서 스무 살이 되도록 한번도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 형제 자매가 많은 가정에서 부모는 집안형편 등을 고려 의례적으로 남자형제를 중심으로 상급학교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그녀는 "여성"인 동시에 "장애인"이기 때문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글도 못 읽는 상태로 어느 새 성년의 나이가 됐다. 뒤늦게 부모들은 "자신들이 죽은 후 글이라도 읽을 줄 알아야 될 것"아니냐고 성토하며 복지관 등을 통해 교육받기를 희망했으나 P씨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한글학습 보다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장애인으로의 차별, 이중차별 기제를 가진 채 살고 있는 여성장애인은 실제로 남성장애인에 비해 사회적응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여성장애인 생활실태와 대책"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외출하지 않은 장애인 가운데 남성은 4.7%를 차지하는 반면 여성장애인은 두배나 높은 9%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통근이나 통학의 외출목적에서 남성장애인의 경우 45.3%를 차지 했으나 이에비해 여성장애인은 22.2%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결과는 여성장애인의 사회진출정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한 단면이라 하겠다. 실제로 여성장애인 가운데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 소유자가 67.8%인 것에 비해 비장애여성은 35%였으며 남성장애인은 41.4% 비장애남성은 17.8%로 각각 나타났다. 대학교육 이상 받은 여성장애인은 4.2%에 불과했다. 여성장애인의 취업상태는 19.5%로 남성장애인 43%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한편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90%이상이 TV를 본다고 답했으며 남성장애인에 비해 운동·등산·스포츠 등에 훨씬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만 소요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큰 요인은 임신 출산 및 육아가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육아의 현황과 대안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것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97.5%가 출산경험이 있다고 제시됐다. 이처럼 상당수의 여성장애인이 출산의 경험이 있으나 일부 복지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정부차원의 육아 출산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여성장애인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도우미 지원 △여성장애인 쉼터건립 등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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