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고 세상을 잊으니
한여름 더위가 다 무어냐
 
 
“마음의 평화를 주리라”
 
중국 선종을 일으킨 달마의 일화중 하나. 어느 날 제자 혜가가 달마에게 “마음의 평화를 구할 수 없습니다. 스승께서 마음의 평화를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부탁하자 “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져오라. 마음의 평화를 주리라”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혜가는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고 되물었다. 이에 달마는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그대의 마음이겠는가. 나는 벌써 그대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느니라”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선종의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잡은 안심법문(安心法門)이 된다.
마음의 평화를 구할 수 없는 현대인에게도 그 불안한 마음을 풀어줄 ‘달마’가 있다. 
1700여 년의 유구한 세월동안 물 맑고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고 수양을 해온 산사들의 템플스테이가 바로 그것.
템플스테이란 새벽 예불에서부터 저녁 공양까지 승려들의 수행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산사체험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종교 교육은 없다. 템플스테이는 포교가 목적이 아닌 세상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신앙이 없는 이는 물론 기독교, 천주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참가자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종교 초월한 진정한 쉼
 
사실 마음 속에 번뇌 몇 가지씩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속세의 옷을 벗고 승복으로 갈아입음과 동시에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게다가 스님이 직접 따라주는 차 한잔과 묵상. 주변에는 산새 소리와 바람소리가 전부다.
지금부터 묵언이다. 어떠한 말도 허락되지 않으니 몇 백명의 참가자들이 있어도 산사는 고요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많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일상을 보내지만 정작 말 한마디 없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배운다. 그리고, 내적으로 침전되는 에너지를 느낀다.
템플스테이 일정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우선 항상 앉을때는 반가부좌가 기본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눈은 반쯤 감는다. 이것이 좌선이다. 좌선이 익숙치 않은 사람의 경우 한 10여분이 지나면 다리가 저려오고 허리가 굽어진다. 게다가 부족한 수면으로 꾸벅꾸벅 졸게되기 일쑤. 이럴 경우 인정사정없이 ‘탁’ 하는 죽비가 날아오게 마련이다. 새벽 3시 기상 일정에서 말똥말똥 견딜 장사는 사실 별로 없기도 하다.
108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땀을 뚝뚝 흘리면서 정신없이 절을 하다보면 세상 온갖 잡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다리를 절뚝거려도 왠지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다.
비위 약한 사람에게 발우공양 시간은 좀 더 고될 수 있다. 발우공양은 사찰 스님들의 식사방법으로 식사를 다 마친 후 물로 발우를 깨끗이 닦고 그 물을 마시는 것으로 마친다. 농부들이 한 해동안 지은 농작물을 허투루 버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이 역시 수행 과정이다.
경치좋은 곳에서 조용히 보낼 심산으로 템플스테이를 찾았다가는 낭패보기 쉽다. 이 곳에서는 풀어져 나태한 휴식보다는 극기하며 성찰을 통해 승화된 휴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을 경우에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 
올해부터 템플스테이 사업단 출범
 
지금까지 특정 행사에 맞추거나 각 사찰 상황에 따라 제각각 시행되던 템플스테이가 올해 범불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계종 템플스테이 사업단은 전국 38개 사찰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했고, 11개 사찰은 주요 사찰로 지정했다. 주요 사찰은 갑사, 마곡사(이상 충남), 골굴사, 직지사(이상 경북), 통도사(경남), 범어사(부산), 금산사, 내소사(이상 전북), 대흥사, 미황사(이상 전남), 낙산사(강원) 등 이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선 센터 3곳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각 사찰마다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천년 전나무 숲길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숲에서 요가를 하는 전남 대흥사의 ‘새벽 숲길’ 프로그램,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김천 직지사의 ‘가족 프로그램’, ‘은혜로운 삶 봉사하는 생활’을 주제로 하는 경남 통도사의 봉사 프로그램 등이 있다.
 
다음달 5일, 장애아동의 ""반야캠프""
 
사실 오랜 시간의 명상과 108배 등의 고된 수행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신체 불편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단다.
한국불교전통문화체험사업단의 홍보담당 유상우씨는 “가끔씩 장애인들이 참가한다.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모든 수행 과정을 소화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마음으로 얻어가면 된다” 라고 말한다.
실제로 다음달 5일부터 3일간 볕바라기주간보호센터의 중증정신지체아동 13명이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계획에 있다.
 
금쪽같은 휴가,
더 이상 인파와 바가지 요금 속에서 방황하지 않기를….
고즈넉한 산사에서 산새와 바람, 그리고 ‘나’와 함께 보내는 여름 휴가를 막을 자,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단 하나, 참가를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관계자는 이미 몇몇 사찰의 템플스테이는 8월까지 마감됐다고 귀띔했다.
문의 02-732-99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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