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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자신의 두 다리로 히말라야를 다시 딛고 싶다는 이윤오(사진 가운데) 대원.원정 3일째(1월 26일)
너무나도 좋은 이들과의 산행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서 태국을 거쳐 지금 이곳 네팔에 도착했다.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해서 들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분명히.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 이뤄진 희망원정대였지만 3일째인 지금, 다들 너무나도 친해졌다.
너무나도 좋은 이들과의 산행.
고달프고 힘든 산행이 되겠지만 지금의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 걸 보면 먼 훗날까지 추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래, 이런 기분이라면 죽어도 후회는 없다.’
더욱더 열심히 산행하고, 돌아가서도 열심히 생활해야겠다. *원정 4일째(1월 27일)
히말라야에서의 첫 산행 *희망원정대의 산행이 시작됐다.
경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쩍’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진에서,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어마어마한 관경들이 시야를 가득 매웠다.
설산, 항상 눈이 쌓여 있어서 만년설산이라고 한다는 히말라야.
‘어떻게 저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한시간여에 걸친 산행, 아직 힘들지는 않다. 낮은 지점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헬퍼들, 네팔 현지인들 휠체어를 처음보는 모양이다. 지나가면 꽤나 신기한 듯 쳐다보니 말이다.
저녁, 짚은 어둠이 밀려온다.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내 생애 언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행복하다. 눅눅한 이 잠자리마저 너무나도 좋게 느껴진다. *원정 5일째(1월 28일)
축복받은 나 ‘이윤오’ *여기는 해발 2000m정도의 울레리 롯지(숙박시설).
내 인생 최고의 높이에서 이렇게 뭔가를 남기고자 긁적거리고 있는 내가 꽤나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중간중간 비가 와서 힘든 코스가 많았다. 히말라야라는 곳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히말라야의 장관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면 누가 이곳에 오리요. 한 폭의 수채화같은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히말라야는 대원들에게 희망을 줬다. 희망을 얻는 기분에 더욱더 힘들 내서 올랐었다. 핸드워킹을 하고 헬퍼의 등에 업히고 또 휠체어를 타고….
롯지에 도착해 있는 지금, 나는 소망한다.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길. 헬퍼들의 도움없이 꼭 내 두 다리로 이 땅을 밟길.
더 높이 날기 위해, 더 멀리보기 위해 나는 비상한다. *원정 6일째(1월 29일)
장애인이라서 행복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2750m의 고레파니. 비교적 평탄한 길을 올랐다.
멀게만 보이던 설산들은 바로 눈앞에서 근엄하고도 웅장한 모습으로 정중하게(?) 서 있었다.
헬퍼들의 등에 업히고 핸드워킹을 하고, 또다시 업히고 또 핸드워킹… 그들의 도움은 정말이지 나는 잊어서는 안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번갈아가며 나를 업을 때마다 이마에 맺힌 그들의 땀방울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늬 인생은 반신반의. 확실하지 않은, 보장되지 않은 50%의 내 인생. 그러나 지금부터의 인생은 좀 다를 듯하다. ‘나’라는 사람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손가락질하고 비웃었던 누군가들에게, 정상을 코 앞에 둔 지금 그들을 향해 웃어주고 싶다. 난 할 수 있었고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당당히 말해주고 싶다.
난 지금 행복하다. 장애인이라서 더더욱 행복하다. 장애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히말라야에 와있으니 말이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희망을 가지게 된 나는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원정 7일째(1월 30일)
최고의 장관 ‘푼힐전망대’ *목적지인 푼힐전망대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벌어진 입을 다물 수도 없었다. 파고드는 추위도 더 이상의 추위가 아니었다.
히말라야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며 내 인생 최고의 높이에 올라섰다. 이런 기분 내가 언제 어디서 또 느낄 수 있으랴.
정상에 올라서 웅장하게도 늘어선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장관이다. 희망을 보고 마치 나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희망원정대 대원들 모두 고생많았다. 쉽지 않았던 길, 우리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오르고 또 올라 결국 정상에 올라섰다.
내 인생 최고의 이 멋진 순간, 잊을라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리라.
 
신이 허락하신 이곳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희망을 가진다.
이제 세상을 향해 외쳐본다.
‘당당한던 거부하겠다. 확실하게 좀 더 확실하게. 말도 안되는 것을 정당화시키며 합리화시키려고 하는 세상을 향해 떳떳하게 외치며 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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