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순실씨의 마음에서 살고 있다는 병수. 병수로 인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우순실씨의 행복한 모습.  *

병수로 인해 인생 깨달음 얻어
낮은 곳을 보면 감사할 일 많아
*소아과에서는 그냥 그대로 살라하고 신경외과에서는 10%라도 살려야 되지 않느냐고 한다. 정말 어른도 하기 힘든 뇌수술을 4개월 된 아이한테 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야 말았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는 듯 하다.
 
4개월밖에 안된 아이가 견디기엔 너무도 힘겨운 수술이었다. 대천문을 벌려서 철사로 고정시키고 뇌척수액이 내려가는 길을 현미경으로 뚫는 수술이었다.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서 다시 대천문은 닫히고 구멍도 막혀서 다시 20일 후에 재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 큰 수술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키는 우리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20일 후에 현미경으로 뚫는 대신 호스를 연결하고 뇌의 뼈도 듬성듬성 놓아뒀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병수는 수술을 마치고 커다란 어른 침대에 퉁퉁 부은 얼굴로 발가벗긴 채 있었다. 더욱이 산소 호흡기를 끼고 몸에는 호스를 붙이고 나오는 그 모습을 보니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대신 아파해 줄 수 없는 것에 가슴 아팠다.
수술이 끝나고 다른 병실로 옮겼는데 바로 소아암 백혈병 아이들이 입원한 병실 옆이었다. 그 곳에서 말로만 듣던, TV로만 봤던 아이들을 보고 ‘어쩌면 이렇게 아픈 아이들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면 감사할 일이 많겠구나 생각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면서 우리에겐 민지라는 예쁜 딸이 생겼다. 모든 관심이 병수에게만 집중이 돼 살다보니 남편에게 소홀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허전하고 방황하던 남편의 마음을 민지가 다 채워줬다.
병수가 엄마를 많이 철들게 하고 성숙하게 했다면, 민지는 우리 가정의 청량제 역할을 하며 살맛나게 만들어줬다.
 
일주일에 한번씩 신촌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를 시키기 위해 항상 병수를 업고 다니다 보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유난히 머리가 작고 수술 자국이 있는 우리 병수를 보고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특히 아이들이 병수를 보고 무섭다고 할 땐 마음이 상할 때도 있었다. 사실 겉모습이 멀쩡한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얼마나 많은 장애가 있는지 생각할 때면 ‘우리 병수는 그저 몸이 불편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수의 천사 같은 순수한 얼굴을, 그의 영혼을 바라볼 때면 나의 욕심과 미워하는 마음과 거짓된 마음을 버리고 반성하게 된다.
아무 말도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있는 병수가 많은 것을 안다고 자만하고 교만하기도 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 때가 많다.
삶을 살아가며 고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순수를 가르쳐준 우리 병수가 참으로 고맙다.
우리 병수가 우리에게 없었다면 인생을 모르며 지나간 부분들이 많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병수의 몸이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던 날, 나는 깨달았다. 우리에게 왔던 아기천사 병수는 진정 큰 스승이었음을. 병수가 떠나기 전까지 그의 육체는 너무나도 힘겹고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가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지만, 반대로 병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주고 갔다.
 
한줌 재로 변해 훨훨 날아가는 병수의 영혼을 보면서 죽으면 아무것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왜 집착하고 물질에 욕심을 부리며 사나하는 생각도 든다.
죽을 땐 그동안 내가 얼마나 가지고 살았느냐가 아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았느냐 얼마나 가치 있는 인간이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나는 이제 예전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인생을 보내고 싶다. 나의 노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변화되고 행복해지는 것을 소망하며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노래할 것이다.
 
아참, 병수한테 전화 왔다.
하늘에서 지금 잘 놀고 있다고, 모두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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