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금강산기행] 1. 금강산서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
[장애인 금강산기행] 1. 금강산서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
  • 김경은
  • 승인 2005.04.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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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북으로
*11일 새벽 6시30분, 북쪽의 금강산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은 새벽의 단잠을 깨우고도 남았다. 출발 집결지에는 이미 상기된 표정들의 참가자들로 붐볐다.
 
11일부터 13일까지 ‘장애인의 날 기념 금강산 통일기행’에 참가하는 450여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특히 이처럼 대규모 장애인들이 금강산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영학교,서울농학교,서울정민학교,우진학교 둥에서 온 장애 청소년 130여명은 희망자가 넘치는 바람에 제비뽑기를 통해 참가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지금우리가다음우리를(대표 조홍규 전 의원,이하 지우다우)의 김승곤 이사는 “중증장애인들에게 도보행진이나 금강산 등반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자세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을 출발한 지 6시간이 지나자 긴장속에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땅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함께 하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 ***
*▲ 장전항을 시작으로 한 통일도보기행 도착 첫날, 금강산 관광 전용도로를 통해 통일도보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대형 한반도기를 두르고 장전항을 출발해 약 1시간 30분가량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정신지체인,청각장애인은 물론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신한은행, LG전자 직원들 모두 힘들면 쉬어가며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금강산에 오르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롭구나…”
발음은 어눌할지언정 목소리는 금강산을 쩌렁쩌렁 울리고도 남을 만큼 힘찼다.
 
이튿날 오전 8시 30분,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금강산 등정이 시작됐다.
목란관에서부터 양지대, 삼록수, 금강문, 옥류동, 비룡폭포를 지나 계곡미가 가장 뛰어나다는 비룡폭포까지 거리 약 4.3km의 완만한 경사 코스라고는 하지만 산은 산이었다. 짧은 포장길이 끝나자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들은 부득이하게 등반을 포기해야만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들의 눈과 귀, 다리가 돼 구슬땀을 흘리며 정상을 향했다. 중간중간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치거나 체력의 한계로 정상 도전을 접고 돌아서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
*▲ 장애인 130여명을 비롯한 참가자 총 450여명은 금강산 구룡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자원봉사자의 손을 꼭 잡고 산을 오르던 자칭 댄스왕 김혜림(20 정신지체) 양도 결국엔 온 길을 다시 돌아갔다.
김양은 “지금은 힘들어서 정상까지 못 갈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라고 말했다.
 
금강산에는 이제 초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갓 피어나기 시작한 개나리, 진달래와 채 녹지못한 두터운 눈덩이들이 공존해 있었다. ****                                                                                  관폭정까지 올라 조선의 3대 폭포 중 하나인 구룡폭포를 감상하는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성취의 승리감을 엿볼 수 있었다.
육영학교 정연모(20 정신지체) 군은 “산에 오르면서 많이 쉬었다. 돌아가려고 했는데, 끝까지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정진학교 홍원표(18 정신지체) 군은 “아빠, 엄마, 누나, 이모와 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가장 재밌었다”며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이민기(20 정신지체)군의 자원봉사자 역할을 맡은 LG전자 소속 이건재(41)씨는 “처음에는 민기가 끊임없이 말을 해 힘들었다.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임한다고 해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런데 하룻밤 함께 자고 이렇게 금강산에 함께 오르고 나니 가슴이 벅차다. 잘 따라준 민기에게도 고맙다”며 감동을 전했다. *금강산 관광의 ‘후식’
 
마지막 날에는 왕이 하루를 놀러왔다 그 경치에 반해 3일동안 놀다갔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삼일포’를 관광하는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의 ‘후식’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은정(16 시각장애2급) 양은 오히려 자원봉사자인 신한은행 이지연(31) 씨보다 앞서가며 어서오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지연씨는 “첫날에는 은정이가 마음의 문을 안 열고 또 내 몸도 피곤해 힘들었다. 둘째날이되어 은정이의 눈이 되어주다 보니 자연히 친해지게 됐다”며 “은정이 덕분에 금강산의 정기를 잔뜩 받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강산문화회관에서 통일문화제를 열어 피아니스트 이희아, 가수 서영은, 녹색지대, 최승원, 박마루 씨 등의 음악공연과 마술공연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