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소원은 아이의 자립
‘매정한 교육자’역할 해내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선한 눈빛, 부드러운 손길, 따뜻한 사랑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풍성합니다.…’ 용혜원의 ‘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中
본지에서는 어버이날 특집으로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어머니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혼자 사는 법을 가르쳐요” ****▲장애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살았으면 한다는 신씨(왼쪽)와 다원양  정신지체 딸을 둔 어머니 신현숙(49)씨는 다원(20·정신지체2급)양이 태어났을 때 장애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속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렸고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팠다고.
 신씨는 “다원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너 같은애는 공부도 못하면서 학교는 뭣 하러 다니냐’고 놀려 아이가 며칠간 학교를 안간 적이 있어요. 당시 회사를 다니고 있던 저는 그 사실을 몰랐고 나중에야 알게 됐죠”라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씨는 다원양에게 혼자 살아나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는 죽을 때도 눈을 못 감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다원이에게 준비를 시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신씨는 사회에서 장애아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줘 장애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살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아이에게 매정한 교육자
 발달장애 2급의 성호(21)군을 피아니스트로 키운 어머니 손민서(48)씨. 손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오르겐으로 연주를 한 다음 칠판으로 가 설명을 하려고 하면 성호가 나가 들었던 음을 오르겐으로 쳤다고 해요. 그때 선생님이 권유해서 피아노를 시작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손씨는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에게 매정한 교육자가 되라고 하고 싶어요. 안쓰럽다고 부모가 아이에게 져주면 아이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손씨는 때로는 부모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에게 힘든 상황을 강요한다는 죄책감이 들 수 도 있지만 힘든 걸 참아내는 것 만한 훈련은 없다고 한다. *◆인기짱 내 딸
“마냥 어린애 같던 내 딸, 이젠 독립해서 혼자 살아요.”
 윤미(22·정신지체3급)양의 어머니 김화선(46)씨는 혼자서 자취하며 회사를 다니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애 아빠와 전 우리 윤미를 데리고 많은 곳을 다니며 경험하게 했어요. 물론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시선에 힘겨워하지 않으려고요.”
 그런 부모님의 영향일까? 윤미양은 밝은 성격과 사교성이 있어 현재 일하고 있는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시설장에서 인기 순위 1위라고.
 김씨는 처음 윤미를 혼자 자취시키려 할 때 걱정이 많이 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좀 더 일찍 자립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되기도 한다고.
 김씨는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윤미가 결혼해서 자식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요”라고 말했다. *◆편히 눈감는 게 소원
 만났던 어머니들의 한결 같은 소원은 ‘자신이 죽어도 아이가 혼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신현숙씨는 “정부는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돼 아이를 남겨 두고도 걱정 없이 눈 감을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자녀의 미래 문제와 함께 이들을 힘들 게 하는 것은 바로 주위의 시선이다. 김화선씨는 “어디를 가든지 따라다니는 남들이 시선이 힘들다”며 “이런 시선이 싫어 어떤 부모들은 장애자녀를 집안에 가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내 소원은 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에요.”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초원이 엄마의 대사다. 손민서씨는 “‘말아톤’은 마치 내 얘기 같았다”며 “많은 장애부모들이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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