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실업자들은 대부분 노숙인으로 전락, 돌아갈 집도 사라지고 이름마저도 사라진 참담한 현실을 살고 있다. 이에 잃어버린 인권과 이름을 다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노숙인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사회자 최광기 씨가 제 1회 노숙인인권문화제의 장대한 서막을 알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국실직노숙인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이하 전노종협) 주최로 제 1회 노숙인인권문화제가 그 장대한 막을 올렸다.
 
 IMF 국치 9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열린 노숙인인권문화제는, IMF로 인해 노숙인으로 전락하면서 잃어버린 그들의 인권과 사라진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문화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부 노동한마당에서는 일, 땀, 발돋움 등을 주제로  노숙인들의 진솔한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물과 생산품 등이 선을 보였고 사진전도 열렸다.
 
안양희망사랑방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1년 동안 정성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포도즙을 전시하고 시식회를 가지는 생산품 전시 코너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노숙인들과  서울역을 지나는 시민, 공연을 보러 온 시민들이 함께 그림을 그린 작품이 전시 되어 있다.
또한 노숙인들의 다양한 노동의 모습을 담은 ‘노동 영상전’이 상영됐으며 성신여대 서양학과 학생들이 노숙인과 시민들이 공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난장을 개최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2시간 여동안 다채롭게 진행된 1부 행사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노숙인들의 노동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써 갱생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인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전노종협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진행된 2부 문화제는 ‘내이름을 불러줘’라는 주제로 노숙자로만 불리는 노숙인에게도  소중한 이름이 존재하며 모두가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노종협 이용권 운영위원장은 2부를 여는 축사에서 “노숙인들은 결코 못나서 노숙인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다. IMF라는 어쩔 수 없는 싱황으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며 “이제 서울시민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려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위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해 행사장에 모인 노숙인들의 뜨거운 지지의 박수를 받았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문화제에 참여해 노숙인들과 하나 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2부 문화제에서는 ‘하찮은 강아지 똥도 다 쓸모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존재가치를 부여해 준 뮤지컬 ‘강아지 똥’이 성수 삼일교회 공부방 어린이들에 의해 공연돼 관객들을 감동시겼다.
 
또한 정태춘씨가 추운 날씨에도 가슴 따뜻한 노래를 선물해 계속되는 앵콜 요청을 받기도 했다.
 ****▲퓨전드라마 ""잊혀진 이름"" 공연이 한창이다.
한편  노숙인이 직접 출연한 퓨전드라마 ‘잊혀진 이름’ 은 실제 노숙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노숙인 인권문화제가 추구하는 목적 의식을 가장 잘 드러냈다.
 
한편 이날 문화제의 대미는 ‘노숙인 권리 선언’이 낭독돼 어쩔 수 없이 노숙인으로 전락한 상황과 노숙인에게도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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