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마웬지봉.
곰두리복지재단이 주최하고, KBS 제3라디오가 주관한 제 2기 희망원정대가 16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20일 돌아왔다.
 
지난 5일 대원들은 긴 비행시간을 통해 한국을 떠나면서 시작된 긴 일정이 여러 나라를 경유하면서 만만치 않은 원정길이란 것을 느꼈다. 24시간 동안 하늘에서 일정을 보낸 후 케냐에 도착한 희망원정대는 나이로비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원주민의 민속춤과 전통음식을 먹은 후 긴 여행의 보따리를 풀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육로로 탄자니아에 입국해 또 하루를 보낸 후 원정 4일차부터 킬리만자로 등반이 시작됐다.
 
킬리만자로의 초입인 마랑구(1800m) 게이트에서 무사히 완등을 바라며 산신제를 지낸 후 2700m 높이에 위치한 만다라산장까지 등반했다.
 
일부는 고소를 호소키도 했다. 홍석만(31·지체) 대원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구토 증상을 보여, 팀닥터의 응급조치를 받은 후 안정을 되찾기도 했다. 홍씨는 새벽에 또 한 번 같은 증세를 보이며 대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안정을 찾은 홍씨를 비롯해 대원 모두는 호롬보(3720m)산장까지 등반을 감행했다.
 
기존 계획은 중간지점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었지만 국립공원의 반대로 무리수를 두더라도 호롬보까지 등반해야했다. 그러나 또 한 번, 서정웅(27·뇌병변) 대원이 구토와 고소 증세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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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 후미행렬의 한현정(앞줄의 왼쪽)씨가 힘겹게 걷고 있다.
고소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증세로서 나이의많고 적고, 몸의 건강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생기는 현상으로 이후 많은 대원들이 고소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고소 적응을 위해 호롬보산장에서 이틀을 머문 대원들과 제작진 사이에 약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존에는 4000m가 목표였으나 몇몇 대원들과 제작진이 정상등반을 욕심냈고 다른 제작진과 팀닥터는 이를 만류했다. 이런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생겼지만 역시 해결할 사람은 엄홍길 대장 뿐. 엄대장은 ‘산을 오를 때는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등반키로 결론을 냈다.
 
이후 호롬보에서 몇몇 대원을 잔류시키고 키보(4750m)산장까지 모두 등반에 성공했다. 그러나 키보에서 휴식을 취하던 대원들이 밤이 깊어지자 갑자기 고소를 호소했고, 팀닥터와 엄대장은 포터들과 함께 하산명령을 내렸다. 고소에는 산을 내려가는 방법 외에는 달리 처방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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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롬보 산장을 지나 키보로 향하는 대원과 포터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보인다.
이후 키보에서 약간의 휴식 후 마지막 정상공격에 나선 시각은 밤 11시, 대원들 모두 달빛과 헤드렌튼에 몸을 의지하고 마지막 정상을 향해 무거운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는 쉽게 정상을 허락치 않았다.
 
원정대원과 멘토, 그리고 방송스텝들까지 고소를 호소하며 등반 도중 하산했다. 한 멘토는 정말 미안하지만 ‘잠시 쉬고 다시 올라가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이 맡은 대원에게 미안함을 나타내며 주저앉기도 했다. 영하20도의 추운 날씨와 살을 베는 듯한 바람, 간간히 쉴때 밀려오는 졸음과 희박한 산소를 힘들게 마시며 희망원정대는 정상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대원들에게 세르파들이 다왔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길만(5682m)포인트가 눈앞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 순간 김행균(45·지체) 씨가 가파른 경사를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눈앞에 고지가 보이는데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의족을 착용한 다리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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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웬지봉의 험한 산세에 대원들의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길만포인트에서 제작진과 멘토를 제외하고는 대원으로는 윤석화(25·청각3급) 씨와 한태석(22·소아마비) 씨 두 명만이 등반에 성공했다. 이 두 명의 원정대원은 국내에서 두 차례 예비산행 시에도 선두에서 등반을 하기도 했다. 이역만리 킬리만자로에서까지 항상 손을 같이 잡고 걷더니 결국 희망원정대 공식 커플이 돼 5682m까지 오른 것이다.
 
다시 엄대장과 제작진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픽(5895m)으로 향하고 두 명의 대원은 그 뒤를 서서히 따랐다. 100m 이상을 한참 걷던 윤석화 씨가 갑자기 울면서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했다. 이렇게 한참을 울던 두 명의 대원은 하산을 감행했다.
 
어느덧 해가 떠서 이제는 따뜻한 기온을 느끼며 길만포인트로 하산하는 도중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한현정(33·지체) 대원과 멘토인 김경희(25·트렉스타) 씨가 올라오고 있었던 것. 한씨는 5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족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 등반을 위해서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걸으며 꾸준히 연습했다고 한다.
 
이렇게 킬리만자로의 등반은 무사히 끝났다. 2기 희망원정대원들은 각자 자신의 희망을 찾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에 모두 우뚝 섰다. 장애대원과 멘토, 제작진과 특히 희망원정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트렉스타, 암웨이, 지오인트랙티브, 마사회 모두가 하나돼 성공적으로 끝낸 드라마틱한 16일간의 킬리만자로 원정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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