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성공의 조건
인생 2막, 성공의 조건
  • 정혜문
  • 승인 2006.04.2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수(사진 왼쪽) 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강윤정 씨, 이혁진 씨, 박진환 실장, 고희숙 씨 ⓒ2006 welfarenews
▲ 이정수(사진 왼쪽) 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강윤정 씨, 이혁진 씨, 박진환 실장, 고희숙 씨 ⓒ2006 welfarenews
성공의 조건에 대한 책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쌍기역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성공의 키워드로 내세운 ‘쌍기역 성공론’이 CEO, 창업컨설턴트 등 경영계 인사 뿐 아니라 목회자, 기자 및 PD 등 전문인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곤 한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10일 장애인온라인창업지원센터 ‘옥션인큐베이터’를 방문해 창업을 통한 인생 2막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과 꿈, 꼴, 끼, 깡, 끈, 꾼의 쌍기역 성공 키워드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눠봤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온라인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과연 무엇일까?
▲고희숙(39ㆍ지체2급)- 몸이 불편한지라 바깥 생활이 힘든 편이다. 비오는 것, 눈 오는 것 때문에 밖에 못 나가는 것이 싫었다.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집에서 일하고 싶은 작은 소망에서 온라인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생각과 달리 이것 역시 외부 출입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내 삶의 새로운 활력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사람들 만나는 것도 즐겁다.
▲이혁진(44ㆍ지체1급)- 사무직으로 10여년을 근무했다. 지난 97년 IMF 수난을 겪으면서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 소망은 단 하나 경제적 독립이다. 그것을 이루려면 사무직보다는 평생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사업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체질상 사업보다 사무직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창업을 꿈으로 삼은 이상 내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리만 잡힌다면 7~80세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강윤정(39ㆍ지체6급)- 창업 때문에 광주에서 상경했다. 내 꿈은 크게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고, 작게는 경제적으로 불편함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남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뭔가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컴퓨터 관련 일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컴퓨터 교육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온라인창업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한편 경제적 여유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나이도 있고, 자본도 없어서 고민하던 차 온라인창업이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올라왔다. 여기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정수(34ㆍ지체6급)- 꿈은 매번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마음 편하게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꿈을 버리지 않아 지금까지 오게 됐다. 원래 직업 군인이었는데 이후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안 해본 사업이 없다. 계산을 해보니 총 2억 정도를 벌었지만 지금 남은 것은 5천 정도의 빚뿐이다. 하지만 꿈이 있었기에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꼴은 겉모습도 되지만 내면의 됨됨이도 포함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았는지, 외면과 내면 사이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혁진- 꼴에서 중요한 것은 내면의 것, 즉 성실함과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따라서 스스로의 양심과 정직함을 끊임없이 가꿔나가야 한다고 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를 통해 느끼는 어려움은 한순간이다. 비장애인들도 타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불안감과 마음의 갈등을 안고 살지 않은가. 모든 일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괴로울 수 밖에 없다.
▲고희숙- 나는 내 장애를 실용장애라고 부른다. 장애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빨리 기억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법을 알 수 있다. 처음에 내 장애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결국은 같은 사람이지 않은가.
▲박진환(30) 실장- 옥션 경매 페이지를 보면 상품의 사진 하나하나에서부터 판매자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그 노력 여부가 한꺼번에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없다. 그저 그가 가진 성실함이 비교의 척도가 될 뿐이다. 그동안 장애인이기 때문에 욕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한다는 교육생들을 많이 봤다. 노력만 한다면 비장애인보다 성실과 신뢰로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고희숙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 고희숙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끼는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창업 현장에서 필요한 재능은 과연 무엇일까?
▲박진환 실장- 끼는 숨겨진 것이다.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해서 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스스로 부딪치면서 발견하고 찾아나가야 한다. 또 재능이 있고, 없고를 빨리 판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본래 끼를 발현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해나가고 그 여유 속에서 끼를 해소할 수 있는 여가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성수(34ㆍ지체3급) 대표- 옥션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두 명이다. 그중 한 명은 대량의 물건을 값싸게 사서 박리다매하는 사람이고 나머지 한 명은 될 만한 아이템을 찾아서 발빠르게 선점하고 파는 행위를 계속하는 사람이다. 옥션에 ‘로사’라는 유명한 판매자가 있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동대문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그만큼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능력이 과연 선천적인 것일까?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사람만이 현장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깡으로 산다. 악으로 깡으로라는 말이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풀이 죽기도 하지만 이를 회복하고 싶은 오기와 정열이 생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성공을 꿈꾸게 만드는 깡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고희숙- 피아노 학원을 할 때 내가 장애인인 것을 보고 그 다음날 관두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때 참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위안했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직접 출장레슨을 시작했다. 내가 장애인인 것을 보고 나에게 배울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내가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이런 오기와 자존심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수- 앞서 말한 대로 내게 남은 것은 빚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성공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만날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혁진- 설사 창업에서 실패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박진환 실장-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희열이다. 그 과정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이혁진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 이혁진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끈은 하나의 네트워크다. 창업 정보를 찾아 옥션 장애인창업스쿨에 들어가고, 다시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이들 사이에 엮인 끈은 어떤 모습일지.
▲이혁진- 정보를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보를 얻어가는 것이 다가 아니다. Give & Take다. 얻으려면 내 것도 내놔야 한다. 결국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은 내 안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 남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참 지식이 된다고 본다.
▲박진환 실장- 인맥을 형성하는 것도 능력이고, 실전이다. 실제 부딪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쌓아나갈 수밖에 없다. 독불장군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내 것만 보다가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보고, 느끼면서 주관적 생각을 깨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은 남도 안다.
▲이정수- 내가 경험한 군대는 사회와 단절된 고립 생활이었다. 군대를 나와 새로이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실패를 겪고 나서야 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성수 대표- 인터넷 시장은 무한경쟁체제다. 현재 판매자들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더 싼 가격을 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한다. 결국 시장에서 보호막이 될 수 있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발빠른 정보다. 온라인창업을 재택근무라고 보면 곤란하다. 신뢰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직접 만나고, 눈으로 봐야 한다. 이 교육센터는 말 그대로 인큐베이터다.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안에서 끈을 형성하고 서로의 보호막이 되고, 정보를 얻는 가운데 대처하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꾼은 그 세계에서 최고다. 전문가다. 인터넷 판매 ‘꾼’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고희숙- 결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전문성이 자라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대가는 틀림없이 온다고 믿는다.
▲이혁진- 현대 故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에 ‘한 번 해보기는 해봤어?’라는 말이 있다. 부딪치고 해봐야 얻을 수 있고, 결국 전문가로,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박진환 실장-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옥션 장애인창업스쿨 수료생 중에서도 가장 성공에 대한 열의가 강한 사람들이다. 배우고자, 성공하고자 하는 열의만이 전문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네트워크와 실전 교육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성수 대표- 현실은 냉정하고, 시장은 가격 경쟁으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장애 때문에 좌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 세계에 막연히 뛰어들었다가 또다시 좌절을 경험하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든 틈새는 있고, 이 틈새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100명 중 성공하는 두 명이 될 수 있지만 되기 위한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전문성이다. 센터를 통해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줄 수 있는 장애인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각자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더 나아가 전문가의 자리에서 질적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나가길 바란다.

이성수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 이성수 씨의 모습 ⓒ2006 welfarenews
옥션 인큐베이터는?


옥션 인큐베이터는 옥션 장애인창업스쿨 ‘나의 왼발’ 1기 수료생인 김성수 대표와 1기 멘토인 박진환 실장이 곰두리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의기투합한 장애인온라인창업지원센터다.
지난 2월말 나의 왼발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뛰고 싶은 교육생들을 회원으로 모집, 3월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옥션 인큐베이터는 장애인 판매자들이 △정보공유 △실전판매 기술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실전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진환 실장은 “우리 센터는 형식적 교육에서 벗어나 실전 경험을 통해 실제 시장에 나가 경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관련 기관들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꼭 필요한 센터인 만큼 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장애인고용촉진공단ㆍ옥션 등 관련 기관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