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이 11년간 모은 임금과 장애수당ㆍ생계주거비 등 정부보조금을 갈취한 악덕사장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 서부경찰서는 경기 파주군에서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김모(59) 사장을 은행사문서 위조ㆍ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2일 구속했다.

김 사장은 김모(29ㆍ정신지체2급) 씨를 11년 전 고용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김 씨의 재산 2300여만원을 갈취했다. 이 재산은 김 씨가 소속된 시설에서 관리해온 것으로 가구공장의 임금과 생계주거비ㆍ장애수당ㆍ난방비 등 정부보조금이 쌓인 것이다.

김 사장의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달 말 분실된 카드로 3회에 걸쳐 47여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면서부터.
김 사장의 옷, 잠바 등을 압수수색하던 경찰은 김 씨의 장애인등록증을 발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김 씨가 한 장애인시설에 소속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시설의 사무총장으로부터 김 사장이 김 씨를 금치산자로 선정하려 해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치산자 선정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던 중 시설 원장에게 추천서를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다툼이 일어났던 것이다. 경찰은 김 사장이 김 씨를 금치산자로 선정해 후견인 행세를 하면서 김 씨의 재산을 갈취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서부경찰서 강력수사1팀의 한 관계자는 “금치산자로 선정돼 후견인이 되면 김 씨의 재산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며 “몰래 갈취한 것도 모자라 합법적인 권리 행세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96년 지인을 통해 시설에 있는 김 씨를 알게 돼 고용했다. 김 씨는 가구공장에서 숙식하며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에서 김 씨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원장을 찾아가 김 씨를 양자로 입적하겠다며 2300여만원이 든 통장을 가져갔다. 이를 자신의 통장에 계좌이체 방식으로 몰래 빼돌린 김 사장은 신용협동조합과 농협의 통장 2개에 분산 입금했고, 출금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 외 시설 원장으로부터 정부의 장애인고용보조금을 빌미로 31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 사장의 장애인 학대와 폭력사실 여부에도 초점을 두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김 씨의 방이 외부와 접촉이 차단될만한 위치에 있는 점과 동네 주민들의 증언 등을 미뤄볼 때 학대와 폭력사실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50평이 넘는 정원의 조경공사, 개 사육 등 궂은일을 김 씨가 혼자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경찰서 강력수사1팀 김기태 경사는 “학대ㆍ감금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취사시설이 안된 방에서 생활하는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와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시설 원장 등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7일 김 사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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