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의 해방구 제10회 인권영화제가 지난 6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영상을 통한 인권의식 확산을 꾀하며 가난과 차별 소외 속에서 저항의 영사기로 멈추지 않고 11년을 달려온 인권영화제 현장에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자막 상영, 화면 해설 등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묻어난 영화제지만 상영관은 입구부터 계단으로 이루어져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인권영화제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애인 문화접근 위한 노력, 극장 접근 어려운 환경

올해로 10돌을 맞은 인권영화제는 이름답게 해를 거듭하면서 장애인들의 문화접근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매년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진행되는 영화제에 장애인을 주제로 삼은 일은 아직까지 없지만 매년 장애인 당사자가 찍은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해 상영해오고 있다.

올 인권영화제 총 기획을 맡은 유혜정 씨는 “아직까지 장애인을 주제로 선정할 계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장애인들의 관람권이나 문화접근권 보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관 입구 ⓒ2006 welfarenews
▲ 인권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관 입구 ⓒ2006 welfarenews
실제로 3년 전부터 모든 상영작품의 우리말 자막 상영을 원칙으로 하고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수화 또는 문자 통역을 실시해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왔으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FM 수신기, 화면해설 및 점자 리플렛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체장애인, 중증장애인을 위해 상영관 곳곳에 활동보조인을 배치해 극장 주변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관람을 돕고 있다.

그러나 유 씨는 “극장 자체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지체장애인들의 관람이 용이하지 않으며 극장까지 접근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장애인 수가 적다”고 전했다.

오래된 건물 계단, 화장실 편의 제로

인권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는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구 허리우드 극장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4층 영화관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나 건물입구는 모두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3단 밖에 되지 않는 낮은 계단이지만 도우미 없이는 건물 진입이 불가, 엘리베이터를 탈 수조차 없는 상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인권영화제 측이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인권영화제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는 제2상영관까지는 또 다시 10개의 계단을 만나게 된다. 화장실 역시 계단과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영세 단체, 상영관 선택의 어려움

서울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가 자주 열리는 공간이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는 점을 감안해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미리 마련하면 좋겠지만 서울아트시네마 관계자는 “극장 자체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 운영되고 있어서 편의시설 설치를 건물주에게 요청하기 곤란한 실정”이며 “6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이기 때문에 개보수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권영화제 상영관 입구는 10개가 넘는 계단이 있어 도우미 없이는 입장하기 어렵다.  ⓒ2006 welfarenews
▲ 인권영화제 상영관 입구는 10개가 넘는 계단이 있어 도우미 없이는 입장하기 어렵다. ⓒ2006 welfarenews
인권영화제 유혜정 씨도 “장애인편의시설이 미비된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세단체(인권영화제 주최하는 인권운동사랑방)다 보니 대여료가 저렴한 상영관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 영화관에서는 인권영화 같은 작품들을 반기지 않는 편이라 상영관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 관계자는 “기존 영화관이 꼭 독립영화라 안된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많은 관객을 원하는 건 사실”이라며 “장애인들의 관람행위와 관련한 배려는 좀 더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했다.

장애인편의시설연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내 문화공간의 편의시설 부분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대형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출입구의 접근로는 설치돼 있지만 휠체어 좌석 확보의 문제, 화장실 편의시설 미비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접근을 위한 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공간의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으로 장애인들의 문화향유는 아직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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