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기엔 너무 먼 월드컵 ②
함께 하기엔 너무 먼 월드컵 ②
  • 정혜문
  • 승인 2006.06.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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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보스니아 평가전 거리응원을 위해 시청광장에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 사진제공/ SK텔레콤 ⓒ2006 welfarenews
▲ 26일 보스니아 평가전 거리응원을 위해 시청광장에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 사진제공/ SK텔레콤 ⓒ2006 welfarenews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독일월드컵. 대표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TV, 신문, 인터넷 등에 보도되고 지하철 역사에서는 응원가가 연일 울려 퍼지고 있다.
시청광장에는 평가전이 열릴 때마다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뒤에는 기업의 스포츠마케팅과 미디어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 자체의 상품화와 판매를 목표로 하는 마케팅 전략과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스포츠저널리즘의 확산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주의와 매스컴의 발달로 스포츠의 전통적 패러다임이었던 전인교육ㆍ국위선양ㆍ국민건강 및 복지증진 등은 크게 퇴색되고 미디어가치 개발ㆍ고부가가치 창출과 같은 스포츠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강조하는 새로운 스포츠 패러다임이 21세기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미약하다. 기업의 영리추구 속에서 구매능력을 가진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마케팅전략은 성장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은 점차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에서는 이동통신사, 방송사의 월드컵 스포츠마케팅 전략 속에 장애인은 어떤 모습으로 조명되고 있는지,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KTF 레즈고투게더 응원전파단 행사의 한 장면. 응원가 홍보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사진제공/ KTF 언론홍보실 ⓒ2006 welfarenews
▲ KTF 레즈고투게더 응원전파단 행사의 한 장면. 응원가 홍보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사진제공/ KTF 언론홍보실 ⓒ2006 welfarenews

이동통신사 월드컵 마케팅

★ KTF- 광고전략 ‘모든 국민이 붉은악마’ 다양한 나이ㆍ계층의 응원메시지 전달
붉은악마와 공식후원 체결, 올해 12월까지 3억8000만원 후원
레즈고투게더 응원전파단 행사, 전국 100개 동아리 활용 캠퍼스 응원문화 정착
5ㆍ6ㆍ7ㆍ8호선 2006 레즈고투게더 페스티벌, 응원전파단 공연 및 티셔츠 제공
축구사랑 요금제 출시, 축구응원 전용폰 출시, 투혼밴드 판매

★ SKT- 광고전략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 박지성ㆍ이영표ㆍ윤도현ㆍ 비 모델로 애국가 배경
서울광장 및 청계천 거리응원, 대표팀 평가전 및 조별예선전 응원 장시간 행사기획
독일 현지 거리응원, 재독한인총연합회 주최로 조별예선전 응원
붉은 응원리본 캠페인, 리본 응원현장에 전시 및 문자로 응원메시지 접수
TU미디어 DMB 중계, 무선인터넷 통한 경기 하이라이트 VOD 형태로 제공

KTF와 SK텔레콤(이하 SKT)은 월드컵 응원을 주축으로 스포츠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KTF의 경우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응원’을 모토로 군인, 어민, 장애인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응원하는 광고를 순차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20대 대학생 및 불특정 다수의 구매력 있는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업적 용도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SKT는 지난 2002년부터 거리응원전을 독점, 시청광장에서 지속적으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세네갈전 취재에서도 드러났듯 거리응원전에서 가장 배제되기 쉬운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자와 경호원 교육 등이 부재했고, 시민의 안전을 위한 펜스와 바리케이드에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SKT 월드컵 마케팅 담당자는 “SK그룹 봉사단이 투입돼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나 장애인을 따로 배려해 자원봉사자를 비치하거나 교육을 진행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조공학센터 강원식 소장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소리로 경기를 보기 때문에 거리응원전에 갈 수 있다면 현장의 열띤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실제 이동상의 불편함 때문에 직접 거리응원전에 가기는 어렵다. 시각장애인 안내 자원봉사자가 따로 비치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극장, 방송가 마케팅 전략

★ 메가박스- 조별 예선전 경기를 HD 고화질 대형스크린으로 응원하는 Red Party 주관

★ CGV- 한국팀 전 경기 전국상영관에서 생중계

★ KBS- 시청광장 거리응원전 중계 및 프로그램 진행, DMB 방송 준비중

★ MBC- 현장 생중계, 상암 응원전 및 롯데시네마와 펼치는 응원전, 월드컵사이트 운영

★ SBS- 시청광장 거리응원전 중계 및 프로그램 진행, 월드컵사이트 운영

월드컵의 핵심은 방송 중계. 직접 독일로 갈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월드컵 경기에 접근할 수 있다. 최근 방송3사의 TV 생중계 외에도 메가박스ㆍCGV 등 대형멀티플렉스의 극장 스크린 중계, 거리응원전 대형스크린 중계 등 월드컵경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월드컵중계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은 바로 청각장애인. 스포츠의 핵심은 소리와 해설이나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스포츠의 묘미를 느끼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방송3사와 멀티플렉스의 경우 자막과 수화통역사 등 청각장애인 접근권을 위한 부문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KBS, MBC, SBS 스포츠국 관계자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부문은 고려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철환 수화통역사는 “일본의 경우 요약자막을 통해 중계접근성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거리응원전의 전광판 중계 역시 자막처리가 필요하고, 수화통역사가 안내요원으로 비치돼야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8일 발족한 '오필승코리아' 단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홈쇼ㅗ핑과 아름다운재단이 공동으로 창단한 원정대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인 서포터즈, 실무자로 구성됐다.  사진제공/ 아름다운재단  ⓒ2006 welfarenews
▲ 지난 4월 18일 발족한 '오필승코리아' 단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홈쇼ㅗ핑과 아름다운재단이 공동으로 창단한 원정대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인 서포터즈, 실무자로 구성됐다. 사진제공/ 아름다운재단 ⓒ2006 welfarenews

월드컵의 공익적 측면 부각 필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방송위원회 시청자지원팀 이기선 선임조사관은 “월드컵은 하나의 국제스포츠이벤트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 측면을 묵과할 수 없다”며 “기업과 방송 모두 공익적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가 배려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스포츠마케팅에 따른 상품으로 주목할 것이 아니라 공익적 성격을 띠는 행사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철환 수화통역사 역시 “일본의 경우 자막에 따른 공정성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월드컵을 스포츠마케팅과 이윤추구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공익성을 논하는 자리로 새로이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업주의와 비즈니스 일변도의 스포츠마케팅 흐름에도 CSR(기업의 사회공헌)이 미약하나마 그 힘을 발휘하고 있어 공익적 측면의 부각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아름다운 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4월 18일 ‘오필승코리아’ 원정대를 발족했다. 청각장애ㆍ정신지체아동 22명과 9명의 비장애인 서포터즈, 실무자 4명으로 구성된 오필승코리아 원정대는 12일 독일로 출발, 14일 동안 월드컵 본선 1차전 한국팀 3경기를 응원하며 독일문화체험관광도 진행한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장애인이 활용됐다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상업적 마케팅 일변도에서 벗어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홈쇼핑 측은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한 차별화된 월드컵 마케팅 전략”이라며 “장애아동·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