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인 씨가 안마시술을 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 문동인 씨가 안마시술을 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항의 시위, 맹학교 학생들의 수업거부, 고속도로 점거, 마포대교 위에서 일주일가량 고공 농성을 벌일 뿐 아니라 한강에 투신하는 등 헌법재판소의 안마사자격에 관한 위헌 판결에 대한 항거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헌법재판소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해서도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리자 보건복지부에서는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및 소득보장을 위한 별도 대책마련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복지시설이나 노인시설, 장애인시설, 보건소 등에 마련된 물리치료실에 이들을 ‘헬스키퍼(건강도우미)’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마사협회 회원들은 “서울에 등록된 시각장애 안마사들은 3000명 정도 된다. 서울에 보건소라고 해봐야 각 구마다 1개씩 있는데, 각 구 보건소마다 100명씩 고용하겠다는 말인가”라며 “더구나 도우미 없이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밥도 홀로 먹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보건소나 회사에서 어떻게 생활할 것이며 택시 외에는 아무런 이동수단도 없는데 어떻게 매일 출퇴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비실효성을 지적했다.

대한안마사협회 한 관계자는 또 “기업에서 시각장애인을 건강도우미로 고용하려면 이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한두 명 고용하고자 고액의 시설비를 투자할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안마업권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정책기획실장은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에 배치된다면 자체적으로 책정한 임금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대학 졸업한 사람들과 비교해 한 달에 5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안마업을 통해 얻는 소득이 적어도 100만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생활고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헌재 판결에 비관한 안마사 엄순희 씨가 한강에 투신한 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2006 welfarenews
▲ 헌재 판결에 비관한 안마사 엄순희 씨가 한강에 투신한 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2006 welfarenews
한편 대한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는 ‘시각장애인안마업권회복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정책팀 실무자, 변호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보좌관, 비대위 위원장 등 총 8인이 참석한 가운데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의료법 개정 실무협의회’를 구성ㆍ운영키로 합의하고 이달 중순 경 공청회를 가진 뒤 올 하반기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지난해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시각장애인의 실업률은 13.13%로 장애인평균실업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직업선택 폭이 극히 제한된 이들에게 안마사유보고용제도와 같은 직업보장책이 없어지면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의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스페인에는 복권제조판매권, 인도의 분필제조판매권이 시각장애인에게 독점적으로 허용된 사례가 있고 구 소련에서도 가죽제품에 대한 제조 판매, 비장애인을 고용하는 것까지 시각장애인에게 권한을 줘서 생계유지를 할 수 있게 해준 경우가 있다”며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에 대해 정부가 보장해 줄 필요성을 피력했다.

▶ 안마사협회 농성 일지

5월 25일
헌법재판소 ‘시각장애인만 안마자격 인정’ 위헌판결

5월 26일
보건복지부 별관(의료정책팀 소재) 앞 500여명 규탄 집회

5월 29일
광화문에서 전국 안마사협회 회원 4000여명 집단 농성
3호선 양재역 선로점거 시위 (오후 9시)
대한안마사협회 대구지회 소속 72명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기습점거 (오후 10시)

5월 30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선로 점거
대전 맹학교 학생들 수업거부
4호선 회현역 시각장애인 43명 선로점거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 김용화 씨 외 3명 한강 투신

5월 31일
부산영도다리 부산지부 50여명 시위
대한안마사협회 엄순희 씨 한강 투신
‘시각장애인안마업권회복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출범

6월 1일
강원 춘천소재 명진학교에서 30여명 항의 시위
대한안마사협회 임 모씨 등 4명 2차 한강 투신
시각장애인안마업권회복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과 면담-의료법 개정 실무협의회 구성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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