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유공자로 선정된 김종철 씨 ⓒ2006 welfarenews
▲ 헌혈유공자로 선정된 김종철 씨 ⓒ2006 welfarenews

뜨거운 피로 꺼져가는 생명에 불씨를 지피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11년간 지금까지 205회 헌혈해 지난 14일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헌혈유공자 표창장을 받은 김종철(49ㆍ지체3급) 씨가 그 주인공이다.

4세 때 앓은 뇌염으로 장애인이 된 그는 1995년 첫 헌혈을 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부터 출발한 헌혈은 현재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 됐다.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적은 수입인데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남들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는 김종철 씨. 그러나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긴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주변에 자원봉사를 하는 장애인이 없어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김 씨는 동사무소에 자원봉사 신청을 했으나 능력에 맞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헌혈하세요~” 하고 부르는 소리에 귀가 뜨였다. 장애인인 나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때부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헌혈’이라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헌혈증을 모았다. 특히 혈액암 환자를 위한 헌혈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김 씨는 한번 헌혈하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혈소판 성분헌혈 횟수만 54회에 이를 정도다.
 

이영아 헌혈홍보대사와 '나누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 이영아 헌혈홍보대사와 '나누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김종철 씨가 하는 헌혈은 말 그대로 ‘생명 나눔’. 꺼져가는 생명에 새 온기를 불어넣는 그의 헌혈로 새 인생을 찾은 사람만도 5~6명이다.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던 한 피아노조율사가 골수암에 걸렸다. 김 씨가 기증한 혈소판은 그의 암 투병에 말할 수 없는 보탬이 됐다고 한다. 김종철 씨는 “죽어가던 사람이 나의 헌혈로 새 삶을 찾는 현장을 목격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타인에 대한 헌신이 곧 삶의 희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봉사활동은 헌혈로만 끝나지 않았다. 1997년부터 부산혈액원 봉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헌혈캠페인 채혈현장의 헌혈급식봉사활동, 양로원 및 보육원 위문활동 등에도 꾸준히 참여해 봉사시간이 2329시간에 이르고 있다.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01년 자원봉사관리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힘이 다하는 날까지 헌혈과 봉사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현재의 삶에 대해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씨는 “헌혈을 하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봉사를 통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큰 힘을 얻는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봉사를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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