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2006 독일 월드컵 우리나라와 토고 전으로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는 동안 또 한 명의 시각장애 안마사가 세상을 등진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3의 인명피해 계속되는 항의시위

지난 13일 오후 5시 쯤 전라남도 광주의 변정애(55세) 씨가 자신의 아파트 11층에서 떨어져 화단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삶의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각장애 안마사 故 손창익 씨의 죽음 소식이후 만 9일 만에 일어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근 2주 가까이 계속되는 시위 현장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했던 시각장애 안마사가 뇌출혈로 쓰러진 사고가 있었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오영자(세) 씨가 집회 끝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전화로 온라인 서명을 호소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이대 목동병원으로 옮겼으나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故 손창익 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부터 대전맹학교, 시각장애인연합회, 실로암장애인복지관을 중심으로 시각장애인살리기 천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살리기 천만 명 서명운동 http://win.kbuwel.or.kr)

지난 16일 오후 2시 현재 1만9890명이 서명했으며 해외에서도 79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 15일 오후 12시 1만800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일 만 여명의 시민들이 지지서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헌법재판소 게시판에도 헌법재판소 판결이 부당하다며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줄 것을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게시되고 있다.

3명 째 인명사고와 함께 대한안마사협회 회원들의 산발적인 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대전시각장애인협회, 대한안마사협회 대전지부, 대전맹학교 학생 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은 대전 시청 남문 광장에서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 촉구 집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故 변정애 씨의 사고 당일인 지난 13일 오전 8시 쯤 동대구 IC 요금소 앞에서 시각장애인협회 회원 100여명이 요금소 진입로와 고속도로를 막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의료법개정실무협의회 정부-안마협 커다란 간극

시각장애안마사들의 시위가 20일을 넘어가고 인명사고도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유시민 장관이 마포대교 농성 현장을 방문한 이후 의료법개정실무협의회(이하 실무협의회) 첫 회의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렸지만 정부과 시각장애인들과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대한안마사협회(이하 안마사협회) 박정근 대변인에 의하면 실무회의에서 복지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해 비장애인도 안마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안마사협회 측은 안마사 자격을 갑자기 개방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률유보조항을 제거하기 위해 상위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16일 2차로 진행된 실무협의회 회의 역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변인에 의하면 2차 회의에서는 안마사협회는 위헌 요소를 없애기 위해 안마사의 명칭을 ‘수기사’로 변경한 내용의 최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발의 의료법 개정안을 수용해 줄 것을 당부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안마사 자격에 대해 일부 개방이라도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일부 개방이라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실무협의 중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언급할 수 없다”고 전했으며 잇따른 인명피해에 대한 대책을 묻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마사협회 측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협의점을 찾지 못한 실무협의회는 오늘 오후 2시 3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vs. 보건복지부 의료법개정안

앞으로 위헌판결과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안마사협회, 국회 관련자로 구성된 의료법개정실무협의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의료법개정안은 안마사협회 측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반발이 일고 있다.

복지부 의료법개정안은 안마사의 자격을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한자’로 확대하고 있으며 안마사의 업무범위를 ‘안마, 마사지 또는 지업 등 각종 수기요법 및 비침습적인 자극요법으로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업무’로 규정해 의료법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마사지업소 개설시 안마사 4인 중 시각장애인 1인을 반드시 고용하도록 한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2006 welfarenews
▲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2006 welfarenews
이에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유시민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사태 해결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직업을 선택할 수가 거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유보고용제도를 통한 독점적인 사회보장책이 필요하며 종전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대체입법을 마련하고 있으며 당론으로 결정,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이 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체입법은 정화원 의원이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개정법률안’으로 안마사의 명칭을 ‘수기사’로 변경하고 현행 보건복지부 시행령인 ‘안마사에관한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마사의 자격을 법률로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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