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빨간 리본을 단 장애인들이 광화문까지 행진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빨간 리본을 단 장애인들이 광화문까지 행진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인천 활동보조인제도화 움직임의 도화선이 됐던 故 박기연 씨, 안마사 사태로 목숨을 끊은 故 변경애 씨, 사랑의집 기도원 희생자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회를 비판하며 더 이상 장애인의 죽음을 두고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합동추모대회가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됐다.

행진 현장 ⓒ2006 welfarenews
▲ 행진 현장 ⓒ2006 welfarenews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제9회 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을 맞아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수용시설 확충 반대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기치로 합동추모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우리는 가슴에 빨간 리본을 달고 있다”며 “붉은 피로 당당한 권리를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죽어가는 장애인이 없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 권순철 씨는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에게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렵게, 힘들게 살아가다가 죽어야만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춤사위 ⓒ2006 welfarenews
▲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춤사위 ⓒ2006 welfarenews
전장연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기본적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하며 죽음의 경계선에서 내몰리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에 더 이상 사회적 타살이 자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수용시설 정책 등 정부의 살인적 장애인 정책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전장연은 기자회견 이후 광화문 네거리까지 행진, 교보생명 앞 횡단보도에서 합동추모제를 진행했다. 죽어간 장애인들을 상징하는 관을 놓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빙 둘러 세운 후 참가자들은 각자 가슴에 단 빨간 리본을 관에 달았다. 붉게 물든 관 위에 흰 국화를 놓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부네굿이 펼쳐졌다. 한바탕 춤사위가 끝난 후 관과 영정을 태우는 화형식이 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측이 소화기를 분사하려 해 전장연 측과 마찰이 연이어 일어나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붉게 타오르는 관 ⓒ2006 welfarenews
▲ 붉게 타오르는 관 ⓒ2006 welfarenews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부회장은 정리발언을 통해 “고인의 넋을 기리는 마당에 소화기 분사가 웬 말이냐”며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동물의 왕국을 인간적인 세상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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