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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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의 젊은 감독 박재현 씨. 그는 청각장애 2급의 농아인이다. 그는 지금까지 6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해 지난 4월에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서 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를 들고 나와 세상과 소통하게 된 박 씨. 하지만 그만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그에게는 수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비장애인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구화학교를 거쳐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진실한 대화를 나눌 사람들은 없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너무 먼 대상일 뿐이었다.

박 씨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있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말과 돼지가 함께 살아갈 수 없듯이 각자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을 경험하기 위해 엑스트라에 지원했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때의 분노와 울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딱딱하게 굳어가는 가슴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박 씨는 카메라를 들었다. 네모난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만의 이야기, 가슴 속 깊이 박혔던 아픔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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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독불장군은 아니었다. 그의 아픔은 곧 농아인들의 아픔이라는 생각에 함께 영화를 만들 장애인 친구들을 찾았고, 어렵사리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친구들 틈에서 혼자 편집도, 장소섭외도, 촬영도 도맡아 해야 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 ‘소리 없는 절규’. 흑백과 무성이라는 장치 속에서 소통이 단절된 장애인들의 아픔을 담은 영화는 세상 밖에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고, 박재현 씨와 친구들의 꿈도 조금씩 커져갔다. 마음을 열지 않던 친구들도 자발적으로 영화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농아인영상제작단 ‘데프미디어’라는 이름을 내건 이들은 현재 새로운 영화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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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분리됐고, 단절됐다. 그의 삶을 갈라놓았던 장애. 하지만 그는 갈라짐에 멈추지 않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다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에게 영화는 새로운 삶의 시작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박재현 씨가 소망하는 영화는 장애인들만의 영화는 아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호흡하며 영화를 진정한 소통의 창구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마침표다.

“현재 함께 하는 친구들 중에 비장애인 친구가 한 명 있어요.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영화를 통해 점점 하나가 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죠.”

하나 된다는 것. 그것은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어려운 일. 그러나 그는 용기를 내 굳게 닫힌 성문을 먼저 두드렸고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박재현 씨는 “비장애인이 먼저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마음, 열려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영화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의 두드림에 우리가 응답할 차례지는 않은가? 말소리는 없지만 그 무엇보다 뜨거운 그의 열망 앞에 내 가슴이 진동하고 있었다. 소통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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