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의 안마사 자격에 대한 위헌 판결, 활동보조인 제도 시행논란, LPG 할인요금 축소,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대한 대기업의 외면 등 장애계의 핵심 쟁점들을 접하면서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장애인복지가 발전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실상 장애인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은 장애인 당사자를 무시한 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 기초해 있는 기존 시혜적 복지(welfare)를 혁신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해 준다. 단언적으로 말해 기존 시혜적 복지는 고용복지(workfare)로 반드시 전환되어야 하며 동시에 고용복지는 교육복지(education-fare)와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혜적 장애인복지는 빈곤한 장애인 계층에 사회적 최저수준을 누리게 하기 위해 대가없이 최저소득 분배 형태로 복지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용과 교육이 연계된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복지가 구체화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고용복지는 일을 통한 복지이다. 시혜적 복지와 달리 고용복지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의 대가로 소득을 획득하게 한다. 하지만 장애인에게서 직업능력의 향상 없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란 기술 수준이 낮고 저임금인 단기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자리를 제공받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고용 만족도는 당연히 낮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보다 양질의, 보다 생산적인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복지이다. 교육을 통한 장애인 개개인의 직업 능력 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머지않아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시혜적 복지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장애인의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서비스의 선진화를 위해 우선, 장애인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학습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학습망(social learning net)’을 구축해야 한다. 이 학습망은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하되 지자체·장애인교육과 복지기관·노사·시민단체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교육복지가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상담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 개인의 능력과 학습욕구, 노동시장의 수용 등을 감안한 맞춤형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NOVA 민간산업평의회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6개 도시들이 모여 1983년에 고용 및 직업훈련 촉진을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NOVA라는 약칭은 North Valley Job Training Consortium에서 유래했다. NOVA의 위원들은 지방정부 공무원, 산업계, 노동계, 교육훈련기관, 고용서비스기관, 지역사회조직 인사들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주요 역할은 지역 내 인적자원 개발의 체계적 수행이었다.

물론 여기에 장애인도 포함되었다. NOVA는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지역의 교육훈련기관에 위탁한 훈련프로그램 제공과 운영, 실직 근로자 구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공하며 특히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특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직업평가와 그에 따른 개별화된 직업교육이 주종을 이루었다. 아울러 기업들에게 2∼4개월 동안 신규 채용자들에게 업무 훈련을 제공하는 동안 임금의 50%를 지원해주고 NOVA의 직원이 훈련 기간 동안 상담을 병행해서 기업 내 적응을 도왔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시행되었던 NOVA 프로그램과 같은 ‘교육과 고용이 연계된 실제적인 복지 모델’이 장애인들에게 실현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학습 망이 구축되어 역량을 갖춰서 자립하는 장애인들이 크게 늘어났으면 한다.

아직도 안마 이외에 그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기에 자살을 선택하거나 극단적인 절망에 빠져 방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수없이 많다는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동시에 장애인복지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