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후기 대학원입학전형에서 불합격한 한 호흡기 장애인이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사업가 김모(호흡기장애 1급, 50세) 씨는 지난 5월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2006 후기 입학전형에서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김 씨는 지난 6월 3일 면접전형을 치렀으나 총점 100점 중 55점으로 불합격 처리됐다.

면접전형에는 김 씨를 포함해 모두 6명이 응시했으나 4명이 합격하고 2명이 탈락했다.

이에 김 씨는 장애를 이유로 불합격됐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1일 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이후 병세가 악화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기자회견 하루 전인 10일 오후 7시 사망한 것이다.

당초 지난 1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고 김모 씨의 부인이 참석해 김 씨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故 김 씨가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약 5분 정도의 면접 시간동안 면접전형에서의 5가지 기준인 지원동기, 인격적 소양, 종교적 소양, 학문적 소양, 기타에 대한 질문이 아닌 대부분 산소통 등 호흡기 보조기구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주최 측은 “고인이 소지하고 다니는 보장구에 관한 질문은 면접전형의 판정기준과는 밀접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회복지학과 교수로서 당연히 보유해야 할 장애분야의 전문지식부족과 편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강대, “면접문항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

그러나 학교 측은 故 김모 씨가 제출한 민원에 대해 지난 7월 3일 답변서를 보내와 “면접문항은 면접교수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점수를 주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지금부터 인격적 소양에 대해서 물어 보겠습니다’라고 질문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지원동기부분에 대해서 “민원인이 ‘몸도 자유롭지 못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아 공부나 하면서 후에 좋은 일을 하면서 여생을 마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까지 사회복지에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몸이 불편하게 되었다고 해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른 동기로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격적 소양항목에 대해서는 “민원인이 51세의 나이에 학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고 면접의자에 앉자마자 ‘서강대 동문이죠?’라고 면접과 무관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또 학문적 소양항목에서는 “민원인이 대학 졸업 후 20년 이상 정규적인 교육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학문적 소양을 판단할 근거가 별로 없었으며 사회복지학 특성상 현장실습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경험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장은 “故 김모 씨가 민원으로 제기한 내용 즉 면접 시 교수가 1시간 늦게 왔다, 면접전형의 기준에 대한 질문없이 산소통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다, 서류전형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는 얘기는 모두 사실 무근”이라며 “우리 학교에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이 들고 오는 물건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나 장애인 단체들이 본인에게 찾아와 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외부로만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총, “장애인으로서의 삶이 곧 현장실습이다”

이러한 답변서를 근거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이달 초 학교에 제출한 시정건의서에는 “고도의 산업변화과정 속에서 급속히 변화되는 환경 가운데 누구나 새로운 인생의 계획과 목표를 세워 나가야하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고 김모 씨에 내린 감점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장애당사자로서 삶 자체가 사회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경험을 늘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며 “장애인당사자가 장애문제해결의 전문가로 인식되는 현 시점에서 장애당사자를 사회복지현장의 경험미숙이라고 하는 것은 최근 장애인복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고 전했다.

제2의 교수, “면접기준에 의한 평가척도 제시 못해”

한편 동대학원에서 9년 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 교수는 “지금까지 면접 역사상 각 항목마다 평균 9점 씩 감점한 일은 없다, 전체 총점에서 많이 감점해봐야 10점에서 20점 정도다”라고 이의제기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학교 측에 ‘5가지 면접기준에 대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될 수 있는 자료와 각 항목에 대한 평점자료를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이는 신뢰성과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진행한 장총과 장추련은 “故 김모 씨가 진정서를 제출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할 시, 미망인과 상의해 국제인권기구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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