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외면한 임대주택
장애인 외면한 임대주택
  • 김성곤
  • 승인 2006.08.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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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을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려워 문설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2006 welfarenews
▲ 화장실 문을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려워 문설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2006 welfarenews
정부는 지난 2003년 중산층·저소득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150만호를 10년에 걸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현재 상당히 많은 분량의 임대주택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계속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임대주택은 사회적 여건상 근로소득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주거공간이다. 그런데 시공업체가 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을 배려하지 않은 채 건설을 시행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지구에는 대규모의 임대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다. 그중 B아파트 3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박일수 씨(지체1급)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박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화장실은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박 씨가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들이 많다. 우선 박 씨가 사용하는 휠체어로 화장실을 출입하기에는 문이 비좁았다. 박 씨가 집에서 사용하는 수동휠체어는 63㎝, 문의 폭은 66㎝다. 그나마 66㎝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휠체어가 걸려 부담이 되던 문을 제거한 치수다.

또한 문을 제거한 상태에서 휠체어가 문턱을 통과할 때 문설주에 흠집이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흠집 등의 부분은 세입자가 이주할 때에 직접 하자보수를 통해 원상회복을 시켜 놓아야만 하는 규정이 임대주택관리규약에 명기돼 있다. 따라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 세입자는 생활의 불편과 함께 보수 경비의 부담도 껴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한 박 씨는 목욕할 때 휠체어에서 몸을 옮기기 쉬운 좌변기를 이용한다. 그런데 좌변기 바로 옆에 콘센트가 설치돼 있어 감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화장실 문턱에 비치돼 있는 휠체어 경사대 역시 박 씨가 직접 설치한 것이다.
연석경사로를 통과하고 있는 박일수(64세, 지체1급) 씨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도로폭이 좁은 경우에는 보도폭 전체에 턱낮추기를 적용시켜야 한다. 하지만 임대차파트 단지 내 보도는 주차장 쪽만 턱낮추기를 적용해 휠체어가 한 쪽으로 기울어 연석경사로를 사진과 같이 빙 돌아가야만 한다. ⓒ2006 welfarenews
▲ 연석경사로를 통과하고 있는 박일수(64세, 지체1급) 씨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도로폭이 좁은 경우에는 보도폭 전체에 턱낮추기를 적용시켜야 한다. 하지만 임대차파트 단지 내 보도는 주차장 쪽만 턱낮추기를 적용해 휠체어가 한 쪽으로 기울어 연석경사로를 사진과 같이 빙 돌아가야만 한다. ⓒ2006 welfarenews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들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연석경사로의 상태는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규정을 무시한 채 조성돼 있었다. 연석경사로는 보도폭이 좁을 경우 보도폭 전체를 턱낮추기를 해야 휠체어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석경사로가 차도 쪽 보도만 턱낮추기를 한 상태여서 기울기가 심해 휠체어를 타고 연석경사로를 가로지르면 휠체어가 한 쪽으로 쏠려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보도를 이용하다 연석경사로와 마주치면 차도 쪽으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경사로를 타고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른 임대아파트 단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근 J아파트와 D아파트 역시 연석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임대주택단지에 거주하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연석경사로에 대한 시정을 위해 취재를 시도한 결과 B·J·D 세 개 건설업체 모두 연석경사로의 정의조차 모르고 있었다. 인근 J아파트 건설업체는 “시설물 관련 규정은 있으나 보도, 연석경사로에 관한 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D아파트 건설업체는 “장애인용 램프(현관 출입구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설계된 경사로)와 연석경사로가 대부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며 “전체적으로 연석경사로를 낮추면 주차할 때 경사로까지 자동차가 침범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