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은행 내부 및 외부 공공장소에는 많은 수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나 쉽고 편리하게 입·출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편의를 제공해야 할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아 시정조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겐 너무 높은 ATM
- 현재 각 은행 지점에 보급돼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의 밑바닥부터 카드투입구까지의 높이는 120∼124cm 사이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카드를 투입하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팔을 뻗어 봤으나 카드투입구가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사용하기 힘들었다. 또한 터치패드 방식의 안내화면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눈이 미치지 못하게 일직선상으로 설치돼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도 있었다. 이럴 경우 화면을 확인하지 못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팔을 뻗어도 너무 먼 카드투입구
- 현금자동입출금기모델 중 카드와 통장투입구가 벽쪽으로 깊숙이 디자인 돼 있을 경우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힘껏 팔을 뻗어도 카드투입구에 손이 닿을 수가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휠체어는 발판이 있기 때문에 현금자동입출금기에 최대한 다가가도 비장애인처럼 가깝게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
- 일부제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현금자동입출금기의 안내화면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운영된다. 터치스크린에는 따로 점자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점자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버튼으로 누를 수 있게 따로 자판이 설치돼 있어도 점자가 새겨져 있는 자판은 없었다.
△ 현금자동입출금기 외의 서비스도 문제투성이
- 현재 은행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외의 금융자동화기기의 대표적인 예로는 공과금납부기다. 그런데 공과금납부기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각 지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상담창구의 높이가 너무 높아 은행직원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은행서류를 작성하는 작성대도 마찬가지로 높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 대부분 은행의 출입문은 두터운 강화유리로 설치돼 있으며 여닫이 문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무거운 문을 열고 닫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장애인 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다수 있었다. 은행 출입문에서부터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미흡한 부분이었다.
△ 장애인을 배려한 현금자동입출금기 설치는?
- 대부분의 현금자동입출금기들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고 설계됐지만 장애인을 위해 개조된 현금자동입출금기도 있었다. 청호컴넷은 장애인 수요자를 위해 ‘저시력자용 거래버튼’과 ‘점자버튼’을 설치한 현금자동입출금기(장애우ATM)를 공급한 유일한 업체다. 또한 장애우ATM을 사용하는 곳은 신한은행밖에 없었다. 현재 신한은행 지점 및 병원 등 전국 41곳에 장애우ATM이 설치돼 있다. 청호컴넷 관계자는 “장애우ATM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나 수요가 너무 적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자동화기기 업체들이 기계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현금자동입출금기 구입계획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구매계획은 있지만 자세하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C금융자동화기기 업체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현금자동입출금기는 없다”며 “은행 쪽에서 장애인을 위한 현금자동입출금기 수요도 없고 기기의 높이를 낮췄을 시 비밀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