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회는 부부강간죄를 도입하는 가정폭력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이미 부부강간죄 도입을 추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부부강간죄 도입문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의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새롭게 인식해 가고, 가정의 문제는 가정에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여야 하므로 법에서 자유로운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어쨌거나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된 부부강간죄 도입 논의는 과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는 주제인 것일까.

한번 찬반양론의 주장과 논거를 살펴보고 그 당위성을 한번 짚고 넘어 가보자.

도입하자는 쪽은 부부강간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부부강간을 부인하는 것은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사고라는 논거를 들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우리나라 가족제도와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시기상조론, 부부는 서로 성을 요구했을 때 응해야 할 의무(부부동거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폭행죄라면 몰라도 부부간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부부강간죄가 악용되면 이혼율증가 등 가정파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현실론을 논거로 들고 있다.

한편, 1970년 이래로 우리나라의 대법원 판례는 부부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견해를 현재까지 고수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부강간죄 도입 문제는 찬반 양 견해의 팽팽한 논거들 중 어느 쪽이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보기에 앞서, 하나의 성을 가진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의 입장에 서서 지극히 근본적이고 상식적으로 다루어 보고 또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내는 아내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전제에서 출발하면 한 인간이 한 인간에 의해 폭행과 협박을 수반한 억압 하에 성행위를 강요당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부부강간은 가장 근본적이고 상식적으로 다가갔을 때 국가가 개입을 하여 개인을 보호해 줄 당위성은 충분하다. 하물며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함이 없이 재산권만을 침해하는 좀도둑도 경찰권이 발동하여 국민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개인의 신체 안전의 자유,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를 동반하는 강간에 있어서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만일 한 인간이 부부와 가족이라는 제도로 인해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법이 이를 방치한다면 누가 이러한 개인을 보호해 줄 것인가. 국가의 존재이유는 인간의 자유, 평등의 권리를 보다 잘 보장하기 위함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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