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약시, 대진고등학교 3년) 양이 라디오 DJ가 꿈이라는 말을 전하며 수줍게 웃고 있다. <사진 / 김성곤 기자> ⓒ2006 welfarenews
▲ 황혜영(약시, 대진고등학교 3년) 양이 라디오 DJ가 꿈이라는 말을 전하며 수줍게 웃고 있다. <사진 / 김성곤 기자> ⓒ2006 welfarenews

올해도 어김없이 기습한파가 몰아닥친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1월 16일, 여의도 중학교에서는 약시를 포함한 시각장애인 수험생 28명이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 예비종이 울릴 때까지 한 문제라도 더 검토하기 위해 참고서에 눈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열중하고 있는 황혜영(약시, 대진여자고등학교 3년)양을 만나보았다.

8개월 만에 조산해 인큐베이터에서 2개월 동안 자란 혜영 양은 과다 산소투입으로 신생아 망막증이라는 장애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한 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나머지 한 쪽 눈은 약시가 되었다.

혜영양은 국문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문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평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작가나 국어학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세대들이 추구하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요즈음 잘 나가는 모 개그우먼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혜영 양.

혜영 양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부하는 일반학교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곤 다니고 있다.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맨 앞줄에 앉는다고 한다. 하지만 약시의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칠판의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가 않고 책도 잘 읽을 수가 없다고 한다.

특히 혜영양의 어머니인 (최은영, 47세) 최 씨의 말에 의하면 혜영 양은 친구들의 얼굴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쉽게도 친한 친구들과 학교 외에서는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학원수업이나 과외를 받는 게 다반사이지만 혜영 양은 그것마저도 수월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학원에 가도 제대로 배려 받지 못해 수업 진도를 따라갈 수 없고 어쩌다 선생님이 배려해 줄 경우에는 타 학원생들이 질시의 눈길을 보내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혜영 양은 집안에서 독서하기를 즐겨하게 됐고 그 영향으로 국문학과 진학을 소망하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혜영 양의 등교와 하교 때 함께 동행 한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장애아가 있는 가정에서 활동보조서비스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제활동을 접어야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안타까운 심정에 경제고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혜영 양은 시험 시작 전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뜻밖에도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혜영 양은 비장애 학생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는 바람에 쉬는 시간에 혼자 견뎌야만 했던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아끼고 배려해주는 몇몇 친구들이 있어 그들로부터 힘든 시간에 위안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혜영 양.

작년부터 혜영 양이 다니고 있는 대진고등학교에서는 1명의 보조교사를 두고 있어 혜영 양을 포함한 3명의 장애학생들의 이동수업이나 화장실 등을 이용 할 때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3명의 학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적은 수의 장애학생이 있는 학교는 보조교사가 없기 때문에 불편은 여전하다고 한다.

공부하고 싶어도 여건이 좋지 않아 학습효과를 얻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성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혜영 양을 포함한 장애학생들, 이들에게도 자신의 매래를 위해 공부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는 비장애학생들과 같이 똑같이 주어져야 한다. 흔히 한 나라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여 가장 중차대한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우리사회도 그에 발맞춰 매년 교육정책에 변화에 변화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장애학생의 입장을 신중하게 고려한 교육정책은 극히 미비한 것인 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장애당사자를 배려한 정책마련을 위해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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