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모 초등학교에 다니던 당시 8세의 정신지체 3급 K양이 58세의 학교 교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재판이 진행돼 왔다. 3년간의 재판 끝에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2부는 장애를 가진 피해 아동들의 진술능력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과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심의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내려진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재판부의 이번 무죄 판결은 장애에 대한 무지와 인권의식 결여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장애아동과 여성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 6월 14일 모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신지체 3급의 장애아동 K양의 모친은 교감선생님이 K양을 성추행했다며 모친 이 모씨가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상담 접수를 했고 다음날 상담소 측은 K양에 대한 초기상담을 실시했다.

당시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 증세를 보이던 K양은 자신을 성추행 한 사람이 교감이라고 명확히 지목을 했고 성추행 상황을 비교적 일관성 있게 진술했다고 한다.
K양의 진술에 따르면 교감으로 재직 중이던 이 모씨가 자신을 남자화장실로데리고 가 음부를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자세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자세한 K양의 진술에 따라 지난 2004년 6월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여형사기동대에 형사고소장이 접수됐고 7월 28일 서울지방검찰청에 사건이 송치됐으나 특별한 사유 없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사건이 관할 이첩됐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4개월 만인 지난 2004년 11월1일에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기소가 확정돼 재판이 시작됐다.

이번 사건은 총15 차례나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해 7월 K양의 법정 진술 끝에 1심에서 피고인 이 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도 피고인의 사회적 신분이 교육자인 점을 감안해 유죄는 인정되나 법정구속은 피하는 쪽으로 판결이 났다.

이어진 12차례의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장애를 가진 피해아동의 진술능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입증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측은 재판부에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처벌 하라 △사법부는 법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교육과 장애인 성폭력 교육을 실시하라△수사재판과정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한 장애인 성폭력 전담 수사반과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라△정부는 장애인생활시설 및 학교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피해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성폭력 범죄의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지 말고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에는 장애로 인해 수사기법 중 육하원칙에 따른 정확한 진술능력의 부족과 성폭력과 같은 위기상황을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피해자중심의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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