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온걸까? 앞으로 얼마나 남은걸까? 석양을 등지고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휠체어 마라토너. <쿠알라룸푸르/ 공동취재단> ⓒ2006 welfarenews
▲ 얼마나 온걸까? 앞으로 얼마나 남은걸까? 석양을 등지고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휠체어 마라토너. <쿠알라룸푸르/ 공동취재단> ⓒ2006 welfarenews
대회 마지막 날인 1일 육상 마라톤에서 우리나라 오상훈 선수가 우정 어린 레이스를 펼치며 금메달을 추가해 제9회 아ㆍ태장애인경기대회의 아름다운 대미를 장식했다.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오상훈 선수는 지난 1일 오전 6시15분 쿠알라룸푸르 시내 푸트라자야시 거리에서 시작된 휠체어마라톤대회에 출전해 2시간 24분 11초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행운을 안으며 새로운 육상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오상훈 선수는 대표팀 선수 중 장애가 가장 심한 하지마비장애인이며 상체에도 심한 장애가 있는데다 팔목 아래가 구부러져 있어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하다.

오선수는 이날 대회에서 손바닥이 아닌 팔목으로 휠체어바퀴를 밀어내며 우승을 향해 달렸다.

오 선수와 홍 선수. 홍 선수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이 오 선수의 우승을 이끌었다. <쿠알라룸푸르/ 공동취재단> ⓒ2006 welfarenews
▲ 오 선수와 홍 선수. 홍 선수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이 오 선수의 우승을 이끌었다. <쿠알라룸푸르/ 공동취재단> ⓒ2006 welfarenews
오 선수의 이날 우승에는 홍덕호 선수의 각별한 동행이 큰 도움이 됐다. 오상훈 선수는 “코스에 유난히 언덕이 많아 힘들었다. 4km쯤 갔을 때 덕호형 휠체어가 갓길에 세워져 있었다. 휠체어에 무슨 문제가 있나했는데 형이 힘들어하는 나를 선도하며 페이스메이커를 해줬다”며 천군만군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홍 선수는 출발 4km만에 휠체어 타이어에 이상이 생겨 레이스를 멈추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침 오 선수가 그 곁을 지나자 자신의 경기를 포기하고 오선수의 페이스메이커로 나서게 된 것이다.

홍 선수는 “평소 훈련을 사이좋게 한다 해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상훈이를 실제 경기에서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에게 오늘 상황은 그저 신의 뜻이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피니쉬 라인에 다가오자 앞서 달리던 선배 홍선수가 당연하다는 듯 후배 오 선수에게 길을 내주었다. 오선수가 난생 처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이었다.

오 선수는 “팔에 힘이 없어 언덕을 넘을 때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덕호형이 구령을 맞춰주고 자꾸 포기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를 잡아줬다”며 이날 우승이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아름다운 선후배의 우정이 이루어낸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쿠알라룸푸르/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위드뉴스, 복지연합신문,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 장애인복지신문 등 5개 신문사의 합의에 따른 공동취재단의 운영으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장애인복지신문사 김서영 취재부 차장이 파견돼 현지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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