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브의 한 장면. 여주인공 상은(강혜정)과 남주인공 종범(정경호)이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제공/ KM컬쳐스 ⓒ2007 welfarenews
▲ 영화 허브의 한 장면. 여주인공 상은(강혜정)과 남주인공 종범(정경호)이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제공/ KM컬쳐스 ⓒ2007 welfarenews
“빨리 다가온 것은 그 만큼 빨리 지나간다. 빨리 달아오른 사랑은 그 만큼 빨리 식어버린다”

느린 시간만큼 더욱 깊이 농익은 사랑을 상큼한 허브향기에 실려 보내는 영화 ‘허브'가 오는 11일 관객들의 가슴속으로 찾아든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허브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하지만 허브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다.

허브의 주인공 상은은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정신지체 3급 장애를 가진 20살 처녀이다. 하지만 상은은 아직까지도 왕자님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철부지 7살의 순수한 영혼을 품고 있다.

허브의 주인공 역할은 연기파 배우 강혜정이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흡사 7살 소녀를 닮은 강혜정의 맑은 눈빛과 몸짓, 목소리는 관객들을 청량한 허브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상은은 언제나 꿈에 그리던 왕자님 종범(정경호)을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어머니와의 생애 첫 이별의 아픔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허브에서는 장애여성인 상은에게 닥치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고통으로만 표현하지는 않는다. 허브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상은이 홀로설 수 있는 희망으로 승화시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지난 해 흥행을 거둔 장애영화 말아톤과 차별화를 가져오고 있다. 말아톤은 어머니의 시선이 주가 되었지만 허브는 장애여성인 상은의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허브와 만나고 나면 장애에 대해 조금은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배우라면 꺼릴 만한 강한 역할만을 고집하는 강혜정. 역할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몰입하는 강혜정은 허브에서도 똑떨어지는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강혜정은 허브를 이렇게 말한다. 연기하는 내내 행복감을 느낄 만큼 인간적인 애정이 흐르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라고....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아이 곁을 떠나는 것을 자신들의 죽음보다도 더 두려워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내 아이를 험한 세상에 홀로 놓고 가야만 하는 장애아 부모들의 애틋한 심정은 당사자들이 아니고는 절대 가늠할 수 없는 극한의 감정이 아닐까!

영화 허브에서 상은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는 배종옥, 그녀는 허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아이는 자식임과 동시에 하나의 인간임을 알게 해 주는 구도가 좋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그려낼 장애아를 둔 부모의 감정도 실지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듯 싶다.

허브의 메가폰을 잡은 허인무는 2005년 신부수업을 만들어 이미 그 자질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실력파로 주로 소외된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휴먼 감동 전문 감독이다.

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감동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관을 나가면서 관객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모르는 상은의 인생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말한다.

지금은 1월, 새해가 시작됐지만 희망을 느끼기 보다는 어떻게 추위를 이길 지 또 어떻게 한 해를 살아가야 할지 걱정들이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이런 때 허브의 세계를 방문한다면 때로는 쌉싸름하고 때로는 상큼한 우리내 인생을 닮은 허브가 내뿜는 희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