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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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정상이 아니라고 해서 피도 비정상입니까!"

지난 2일 오후 2시께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경기도체육회관 주차장에 대한 적십자사 경기도혈액원 소속 헌혈버스가 덩그라니 서 있고 버스 주변에는 말을 할 수 없는 언어장애인 수십명이 혈액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장애체육인들이 앞장서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의도로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마련한 '이웃사랑의 장' 행사에 참석, 헌혈을 하려고 했지만 혈액원 직원이 문진 지침상 언어 장애인들은 헌혈이 어렵다며 제지하면서 빚어진 소동이다.

혈액원 직원은 헌혈에 앞서 이루어지는 문진과정에서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액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30여분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장애인들의 헌혈은 가능했지만 이미 20여명이 넘는 장애인들은 자리를 뜬 상태였다.

이어 언어장애인들의 헌혈이 시작된 오후 3시께 행사 개회식을 마치고 내려온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지부 소속 시각장애인 3명이 헌혈 버스에 올라가자마자 곧바로 내려왔다.

시각장애 2급인 유모씨(47)는 지갑 속에서 헌혈증을 보여주며 "지난해 2월 헌혈을 한 적이 있는데 장애인은 헌혈이 안된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리로 했다"고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라고 헌혈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혈액원 경기본부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지부 김용만 이사(43)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피까지 비정상인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규정을 살펴본 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소동이 벌어진 배경은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동일하게 헌혈이 가능하도록 채혈기준은 완화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보건복지부의 문진 지침은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도 혈액원 관계자는 "계속되는 문진 강화지침으로 장애인의 경우, 문진 절차가 오래걸리고 사고발생시 대처능력이 떨어져 헌혈이 어렵다는 것이지 안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도 장애인체육회와 경기도혈액원의 미흡한 협의와 사전 준비 소홀로 인해 순수한 마음으로 헌혈에 동참하려고 했던 장애인들에게 마음의 상처만 주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동안 받아오기만 했는데 받아온 은혜를 돌려주자는 의미에서 헌혈을 하려 했는데..."

칼바람속에서 흠모씨(41)는 1시간 넘게 휠체어에 앉아있다 끝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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