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피우는 만큼 손해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사람에 따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하루 한두 잔 정도의 적당한 음주가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지만, 하루에 세 잔을 넘어서면 다시 사망률이 높아지며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면 간경화, 간암, 구강암, 식도암, 기관지염, 폐렴에 더 잘 걸린다고 한다. 결국 술은 마시는 양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심장병 발생률이 높고, 우리보다는 술에 강한 서양인들 얘기다. 서양인보다 고기를 많이 먹지 않고 심장병 발생 위험이 크지 않으며, 알코올 분해효소가 서양인보다 적게 분비되는 한국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의 음주 습관은 반주로 한두 잔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번 마셨다 하면 소주, 양주, 와인을 가리지 않고 바닥을 보고야 마는 폭음 스타일이므로 단순히 일정량씩 마신 알코올 양만으로는 비교가 어렵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간에서 처리되므로 과음을 하면 위염, 위궤양, 과민성대장증상 등 위장관계 질환에 잘 걸리고 간에 부담을 주어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화,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뿐만이 아니라 몸 전반에 걸쳐 아주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며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한다.

술이 독이 될 수밖에 없는 13가지 진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고 하지만 여러 사람이 서로 술을 권하는 우리 음주 습관상 적당히 마시기가 너무 어려운 탓에 술은 약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술자리에 가게 되면 술을 피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일단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적당량으로 끝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과음하는 습관 때문에 우리에게 술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1 과음은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킨다. 과음은 노화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며, 동시에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각종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의 흡수와 이용을 방해하여 노화를 촉진하다.

2 과음은 남성의 성기능을 노화시킨다. 술을 오랫동안 마시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져 테스토스테론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뇌에서 분비되는 생식샘자극호르몬도 감소된다.
결과적으로 성기능과 성욕이 감퇴되고 발기부전이 되며, 고환이 작아지거나 기능이 쇠퇴하여 정자 생산이 줄어들면서 불임이 된다.
한편 건강한 간은 남성호르몬을 붙잡아두는 성호르몬결합단백질과 에스트로겐을 분해하는데, 과음으로 간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과 성호르몬결합단백질이 분해되지 않아 혈액에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많아진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아진 남성은 심한 경우 턱수염이 없어지고 젖가슴이 커지는 등 여성화 현상이 나타난다. 성기능이 떨어져서 고민하는 남성에게는 먼저 술을 끊어보는 것이 처방일 수 있다.

3 과음은 여성의 노화를 촉진한다. 알코올은 여성호르몬의 대사에 영향을 미쳐 여성의 노화를 촉진한다. 갱년기 전의 여성이 과음을 하면 배란이 불규칙해지며 자연 유산 가능성이 커지고, 월경이 중단되고 갱년기가 빨리 올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알코올이 직접 난소 기능을 약화시켜서 일어나기도 하고 알코올로 인해 간이나 췌장의 기능이 나빠진 탓이거나 술로 인한 영양 결핍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4 과음은 뇌의 노화를 촉진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뇌세포는 매일 십만 개씩 죽는데,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훨씬 빨리 파괴된다. 과음은 뇌의 전두엽을 위축시켜 학습, 기억, 사고 능력을 모두 떨어뜨리는데, 이런 뇌기능 저하는 마신 알코올 농도에 정비례하여 나타난다.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시면 뇌에 나쁜 영향을 주어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 소뇌 퇴화 및 기질성 정신병의 하나인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을 일으킨다. 알코올중독 환자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뇌의 활동 영역이 훨씬 줄어든다.

5 과음은 뼈의 노화를 촉진한다. 술은 뼈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알코올을 단시간에 많이 섭취하면 부갑상선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오줌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어 칼슘이 줄어든다. 또 오랫동안 계속 술을 마시면 비타민 D 대사도 잘되지 않아 칼슘의 흡수가 나빠지고 조골세포에 직접 손상을 주어 뼈가 약해진다. 특히 뼈가 약한 노인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폐경 여성은 과음을 할 경우 술의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폐경한 여성이 소량의 술을 마시면 여성호르몬이 에스트로겐이 증가하여 뼈 건강 유지 또는 심장 질환 예방에 좋다는 견해도 있다.

6 과음은 근육을 노화시킨다. 오랫동안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은 영양 결핍이 되기 쉬운데, 영양이 결핍되면 골격근의 주요 단백질인 마이오글로빈이 파괴되어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 경련과 근육통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장기간의 음주는 근육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남성호르몬을 감소시켜 근력이 감소하고, 근력 감소는 운동 능력 감퇴와 일상적인 활동 능력 감퇴를 가져온다.

7 과음은 심혈관계를 노화시킨다. 적당한 음주는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오랫동안 하루에 5잔 이상씩 마시면 심장 근육이 약해져 심하면 알코올성 심근증에 걸릴 수 있다. 또 장기간 폭음을 하면 혈액에 중성지방이 많아져 고혈압, 심장병, 뇌동맥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과도한 알코올은 동맥, 특히 뇌동맥을 심하게 확장시켜 동맥에 손상을 주고 뇌동맥경화증을 일으키므로 뇌출혈이나 뇌경색증에 걸리기 쉬워진다.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1위가 뇌혈관 질환(중풍)이라는 사실은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8 술은 스트레스를 심화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소량의 음주는 기분을 좋게 하여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그러나 과음이나 폭음은 알코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에 직접 작용하여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한다.

9 과음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술을 계속 마시면 백혈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면역 단백질인 항체도 줄어든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면역 기능이 나빠져서 세균성 질환이나 감기를 포함한 바이러스성 질환에 잘 걸리는데, 이러한 질병들은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된다.

10 과음은 복부비만을 일으켜 노화를 촉진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살’이 찌거나 ‘술배’‘가 나오는데, 이 복부비만은 각종 생활습관병을 일으켜 노화를 촉진한다. 알코올 자체도 1g당 열량이 7kcal나 되는데다가 기름진 안주까지 더해져 복부비만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자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거의 먹지 않아 영양 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감소한다. 알코올은 췌장의 소화효소 분비를 억제하고 위장과 소장에서 영양분이 흡수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각종 비타민과 칼슘, 아연,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흡수되지 못하고 잘 이용되지 못하므로 영양결핍증에 걸리고 신체 조직의 기능이 나빠진다.

11 과음은 숙면을 방해하여 노화를 촉진한다. 술을 마시면 졸음이 오지만 정작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하여 잠이 부족해지고, 수면 부족은 노화를 촉진한다.

12 과음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장기간 과음하면 간 질환은 물론 각종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져 수명이 단축된다. 심장․폐․구강․목․식도질환은 담배만 피우면 7배, 술만 마시면 6배, 담배와 술을 동시에 하면 38~40배나 발병률이 높아진다.

13 과음은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건강 장수의 요건 중 하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술에 취하면 언어 구사 능력과 사고 및 판단 능력이 부족해진다. 평형감각도 떨어지고 심하면 아예 없어지기도 하여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

술도 줄이고 노화도 늦추는 절주 습관

그래도 술을 굳이 마시게 된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일까? 서양인들은 남성은 하루 두세 잔, 여성을 하루 한두 잔의 적포도주가 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와인 한잔, 맥주 한 캔, 소주 두 잔 정도, 여성의 경우는 그 절반 정도는 권하고 싶다. 이 정도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심혈관계에 좋으며, 술로 인한 간 질환과 칼슘 대사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음주량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는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다름 사람에게도 억지로 권하지 말아야 한다.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정도만 마신다. 보통 성인 남자의 경우 하루 소주로는 3잔, 맥주로는 3잔, 양주로는 2잔(모두 알코올 30g 이하)이 최대 허용치이다. 여자와 노인은 성인 남자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 알코올 50g (소주 5잔)이 넘으면 위험 정도가 중간, 알코올 90g(소주 1병 이상이 되면 위험도가 높은 음주에 해당된다.

술 마시는 방법을 지킨다.
-천천히 마신다.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술 마시기 전이나 중간중간 물이나 다른 음료를 마신다.
-노래를 하거나 대화를 많이 한다. 음주량을 줄일 수 있고 호흡으로 알코올을 몸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여러 종류를 섞어 마시지 않는다. 폭탄주는 독한 술의 흡수를 촉진시켜 빨리 취하게 한다.
-한 번 술을 마시면 이삼일은 금주를 하여 간이 회복되도록 한다.

술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집에 술을 두지 않는다.
-일주일에 며칠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한다.
-자기 나름대로 술을 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라.
-운동, 영화 감상, 노래방 등 술을 대신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찾는다.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 회식을 술자리 말고 음악회나 연극 관람, 운동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과음을 피하는 한 방법이다.
-술 줄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주변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도록 한다.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폭음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스트레스가 풀리기는커녕 더 쌓이게 된다.
-포기하지 마라. 술을 줄이는 것은 체중 조절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실패했다면 다시 시작하라.

스트레스, 열받고 짜증내는 사이 푹푹 늙고 있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이사를 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적당한 스트레스는 몸과 정신에 활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약화되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한 채 오래 지속되면 불안과 갈등을 일으키고, 자율신경계가 계속 긴장 상태에 있어 정신적, 신체적 기능 장애나 질병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암, 심장병, 뇌졸중, 위염, 위궤양의 위험인자인 동시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화를 촉진하는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생물학적 연령이 무려 16년이나 차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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