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렇게 못된 짓 하면 문둥이가 잡아간다.”

어른들이 어린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겁을 주면서 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한센병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사회로부터의 단절과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던 한센병 환자에게 이 말은 가슴에 사무치는 말이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 회관에서는 2007 한국ㆍ일본ㆍ대만 3국 한센인 인권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한빛복지협회 임두성 회장은 “특정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인간성 자체를 말살 당했던 시간을 거쳐 이제는 한센인 인권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온 것을 환영한다”며 “일제강점기 강제 억류 대상이자 노동기계로 전락했던 한센인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말에 이어 한센인들의 피해 사례 증언이 있었다.

현재 한센인 정착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이병두(85)씨는 13세 때 한센병 진단을 받았다. 소록도로 들어간 그는 공원 조성 사업에 투입됐다. 무거운 바위를 들고 2km 나 되는 길을 하루 종일 운반해야 했다. 그 밖에 가마니 짜기, 송진 따기, 벽돌 만들기 등 각종 노역에 시달렸다. 남녀 간 접촉으로 아이가 생기면 강제로 낙태 수술을 받았다. 결혼을 하려면 남자는 강제로 단종 수술을 받아야 했다. 또 섬을 탈출하다 적발이 되면 심한 고문과 함께 감금실에서 한달 이상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인두로 이마에 낙인을 찍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소록도로 들어간 강우석(83)씨는 벽돌 공장에서 강제 노역 중 무릎을 다쳤다. 치료를 받지 못해 무릎이 썩어가자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다리를 톱으로 절단 당했다.

한센인 정착 마을 고운농원에 거주하고 있는 김흥수(69)씨는 14세 때 한센병에 걸렸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외면받는 삶을 살아야 했다. 정착 마을에서 잠시 집에 거주하던 때도 손님이 오시면 그는 다락방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한때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강사를 집으로 초청하게 됐다. 하지만 한번의 교육 후 강사로부터 “한센병력자와는 감염이 될까봐 가르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인간다운 삶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장받지 못하던 삶”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하루빨리 한센인 특별법이 제정되어 우리의 인권을 보장받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한센인들의 증언에 이어 일제강점기에 고통을 받았던 한국 한센인들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보상청구 보고가 이어졌다. 2006년 일본 정부는 국외 한센병 요양소에 입소했던 한센인에게 보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한센병 요양소 입소자 등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법률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을 통과 시켰다.
소록도에 강제 격리 당했던 한센인이 보상받을 길이 열리긴 했지만 한국 한센인 441명에 대한 보상 결정은 아직 미미하다. 현재까지 보상 결정이 난 한센인은 170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한센인들은 일제 시대에 소록도에 한센인으로 입소한 것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변호단은 한센인 정착촌을 방문해 진술서, 인우 보증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의 한센인 소송 관련 권위자인 도쿠다 야스유키 변호사는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한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며 “이것은 일본만이 아닌 한국과 대만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률로 정의한다고 해서 편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온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철우 변호사는 “해방 이후에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센인 특별법은 반드시 필요하며, 특별법도 한센인 인권 증진을 위해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센병의 전염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극히 미약하다. 그리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편견으로 발달하는지 한센인의 피해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센병에 걸린 사람의 81.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병이 주는 고통이 아닌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사회적 타살’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됐고, 많은 고통을 받았던 한센인들. 앞으로 한센인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통해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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