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아시스(2002)’에서 보여 지는 종두(설경구)와 공주(문소리)의 사랑.
종두는 공주를 강간하려다 실패한다.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공주는 종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을 여자로 봐준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사랑하게 되고, 공주의 동의 하에 둘은 성관계를 갖는다. 이를 목격한 공주의 가족은 종두를 강간범으로 취급한다.
여기서 관객들의 시각은 뒤바뀐다. 전반에서 종두에게 분노했다면, 후반에서는 종두에게 안쓰러움을 느낀다.
“성욕이 생기냐?” 형사가 종두에게 묻는다. 종두는 공주를 여성의 성을 가진 하나의 여자로 보았다. 종두의 눈에는 공주가 예쁘다. 단지 외관상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둘의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장애인성문화네트워크가 국립재활원에서 ‘뇌병변장애인의 성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는 성에 대해 닫혀있는 장애인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장애인푸른아우성센터 상담팀장 구자윤씨 ⓒ2007 welfarenews
▲ 장애인푸른아우성센터 상담팀장 구자윤씨 ⓒ2007 welfarenews

“자신을 사랑하자”
(구자윤.30.뇌병변1급)

장애인푸른아우성센터 상담팀장 구자윤씨는 장애인의 주 상담 내용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자위행위, 또 하나는 이성교제욕구였다.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에게조차 성의 권리를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구자윤씨는 “척수장애나 정신지체장애인에게는 그나마 성교육의 기회가 마련되어있지만, 일반 장애인들은 성교육의 기회를 찾기 힘들다”며 장애인도 공평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교제욕구는 비용과 대인관계 기술의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은 ‘누가 날 좋아할까?’라는 자신감 상실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구자윤씨는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또한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나무를 흔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성경험 사례발표자 한석준씨 ⓒ2007 welfarenews
▲ 성경험 사례발표자 한석준씨 ⓒ2007 welfarenews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한석준.26.뇌병변1급)

성경험 사례발표를 한 한석준씨. 그는 비장애인과 연애중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애인과 벚꽃 구경을 간다고 했다. 데이트할 때 불편한 점이 없냐고 묻자, 없다고 했다.
접근성의 제한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점이 불편하니, 어떤 점에서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식의 의사소통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장애를 가지고 상대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상대가 나의 몸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고 익숙해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터넷카페를 통해 계단이 많지 않은 모텔을 찾고, 상대방과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위해 체위도 연구해본다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 부담도 문제되지 않았다. 주로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영화・공연관람 시 장애인할인을 받고, 식사는 특별한 날에만 비싼 것을 먹는 등 알뜰하게 데이트한다고 했다.

한석준씨는 자신의 개인적인 실험사례를 들며 ‘자신을 가꿀 것’을 덧붙였다. 꾸미지 않았을 때와 꾸몄을 때 주변시선의 차이점이 크다고 했다.
“돌파구는 어디인가?” (핑크팰리스 서동일 감독)

얼마 전 복지TV에서 방영한 ‘핑크팰리스’ 서동일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여러 장애인의 성을 소재로 다루었던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Q. ‘핑크팰리스’를 제작하게 된 동기?

A. 마흔이 넘도록 여자와 성관계를 한번도 갖지 못해, 평생소원이 여자와 섹스 하는 것이라는 최동수씨를 알게 된 후였다. 나는 ‘장애인에게도 성욕구가 있었구나!’라고 새삼 깨달았다.
성이라는 것이 원래 은폐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됐다. 나는 최동수씨의 삶이 궁금했고, 장애인의 욕구 역시 비장애인의 욕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Q. ‘핑크팰리스’의 엔딩이 갖는 의미?

A. 삐뚤게 봐야한다. 중증장애인의 성에 관해 폐쇄적인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성매매 업소를 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이것은 성매매 업소가 유일한 선택이라는 뜻이 아니며, 성매매를 합법화 시키자는 내용도 아니다.
장애인이 성매매 업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다. 엔딩은 장애인의 올바른 성문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자는 사회에 남겨진 일종의 숙제다.

Q. 장애인의 성문화에 대해 한마디

A. 성관계란 사랑의 과정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남으로써 이루어진다. 장애인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다양한 활동 및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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