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도움을 받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타는 일본의 장애인들 ⓒ2007 welfarenews
▲ 주변의 도움을 받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타는 일본의 장애인들 ⓒ2007 welfarenews

알루미늄으로 된 발판을 들고 있는 직원. 그리고 그 옆엔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보호자.
이쯤 되면 어떤 상황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장애인이 지하철에 잘 올라 탈 수 있도록, 차량 문턱에 깔판을 깔아주기 위해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 얼마 있지 않아 역으로 지하철이 들어온다.

문이 열리자 이들은 몸이 불편한 손님을 안전하게 탑승시킨다. 열차는 떠나고.. 이들은 휴대폰으로 손님이 하차할 역으로 전화를 건다. 뭐라고 말하나 살짝 들어 봤다.

"아~ 수고하십니다. 저는 도쿄역 OOO라고 합니다. 지금 휠체어 손님이 3번 차량 첫 번째 문으로 안전하게 탑승하셨습니다. 손님께서 하차하실 때 그쪽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손님이 몇 번 차량의 몇 번 문 쪽으로 탑승했으니, 그 앞에서 깔판을 가지고 기다려달라는 이야기군... 음..'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도와주는 일본인들의 모습 ⓒ2007 welfarenews
▲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도와주는 일본인들의 모습 ⓒ2007 welfarenews

사실 일본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대신 "몸이 불편한 분(体の不自由な方)"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해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서비스인데, 왜 나는 볼 때마다 감동을 받을까. 그들도 평범한 이웃으로서 늘 내 곁에 존재하고 있건만, 나조차도 그들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일본에서는 불꽃축제에 참가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일반인들의 에스칼레이터 진입을 통제시켰다. ⓒ2007 welfarenews
▲ 일본에서는 불꽃축제에 참가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일반인들의 에스칼레이터 진입을 통제시켰다. ⓒ2007 welfarenews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다. 매년 열리는 나고야항 불꽃놀이 축제가 있는데, 한꺼번에 수십만 명이 몰려들기 때문에 나고야항으로의 차량진입 자체가 통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반경 5킬로 근처까지 차로 와서, 행사장인 부두까지는 걸어온다. 불꽃놀이는 저녁 7시 30분. 예상대로 이날은 지하철은 대만원. 시작 4시간 전인데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었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찜통인 지하철 속에서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떠밀리다가 겨우 도착한 나고야항.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가니...붉은 줄로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아니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데 고장이라도 난건가?' 하지만 자세히 보니 직원들 몇 명이 나와 몰려드는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고, 평소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칼레이터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 앞의 역무원은 계속해서 협력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 장애인의 지하철 승차를 돕기 위해, 잠시 올라가던 에스칼레이터의 출입통제,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고(그것도 두 줄로), 계단은 올라가려는 사람들과 내려오려는 사람들로 절반씩 나뉘어졌다. 덕분에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먼 뒤쪽까지 길게 줄을 서야만 했다. 사람들로 무척이나 북적거리고 있었건만, 사진은 오히려 한산해보이기까지 하는 건?

이렇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도, 에스칼레이터의 방향까지 바꿔가며 장애인의 탑승을 도와주고 있는 그들. 그리고 아무런 혼란 없이 그들의 통제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

언젠가 인터넷를 통해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장애인들이 철로로 내려가 그들의 공공교통수단 이용권리를 주장했다는 씁쓸한 뉴스를 접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기에, 철로까지 내려가는 극단적인 항의방법을 택했을까. 그리고 얼마 전엔 장애인 재미교포가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불편한 점을 미국의 현실과 비교해 쓴 글을 한국의 OO일보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기사의 수많은 리플이었다.

"그런 것이 싫으면 한국에 오지 않으면 될 것 아냐" 라는 등의 악플이 수없이 올라와 있었던 것. 일부 철없는 아이들의 악플이라 애써 생각했다. 그 이후로 한국의 장애인 시설과 지원시스템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도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당당한 우리사회의 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언제든 우리자신도 불의의 사고로 장애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해줄 수 있는 사회적 성숙함이 너무나 아쉽다.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 (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최종욱(paper.cyworld.nate.com/japanbogi)님의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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