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장차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텐데... 지금 설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장차법 시행에 대한 실천이라며 무작위로 불법 음성안내기제품 설치가 늘어날 거란 말입니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의 따가운 목소리가 전화기를 울렸다.
통화하는 내내 이 땅의 모든 시각장애인을 걱정하는 모습이 ‘김 대표도 시각장애인 인가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시각장애인용 음성신호기와 음성유도기에 문제가 많다며 그가 말해준 사례는 과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3월 정식으로 개통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간의 공항철도. 노선 역마다 최첨단의 시설로 갖추어 놓았다. 그러나 최첨단의 시설이 즐비한 그곳의 음성유도기는 전파법 상 불법제품으로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음향신호기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에서 나왔던 미작동 기계의 수와 지난 4월, 재조사 후 나온 미작동 기계의 수가 개선되기는커녕 확대된 것도 모자라 신설된 공항철도 노선조차 불법제품으로 설치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21개 지역에 62대의 음향신호기를 설치했지만, 7개 교차로 중 단 1개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겨우 준공검사 1주일도 채 안된 시간에 벌어진 모습이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은 비단 시각장애인만이 아닐 것이다.
마음 놓고 외출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증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불법제품을 버젓하게 설치해 놓고 보고만 하는 과시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시각장애인용 음성신호기와 음성유도기와 같이 장애인의 일상생활 편의증진을 위한 제품이나 시설물이 설치되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지,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편리한지 혹은 불편하지를 검토하기 위해 모니터링단이 구성된다.
문제는 그 구성원이 장애인들뿐 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김 대표는 여기서 또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문제를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은 비장애인들인데, 장애인 모니터링단과 함께 참여하고 불편을 느껴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모니터링단을 확대구성하고 함께 문제를 지적해야 함을 적극 권장했다.

모든 장애인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아직도 개선되지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평만큼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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