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각장애인용 음성신호기와 시설물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음성유도기의 절반가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보조시설 운영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교통안전협회(대표 김기복)와 KBS 제3라디오는 지난해 9월 서울시내 천호대로, 강남대로, 시흥대로, 미아, 도봉로 등의 4개 간선도로축과 청량리, 여의도, 구로디지털단지 등의 3개 환승센터의 횡단보도를 대상으로 음향신호기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곳은 전체 횡단보도 신호등 수의 95%에 이르렀으나 망실(잃어버려 없어짐. 제품업체에서 허락도 받지 않고 설치를 끊어버림)과 미설치 된 것을 빼면 음향신호기 설치는 70%에 불과했다. 더욱이 설치가 돼 있는 음향신호기도 리모컨의 수신거리 및 버튼 고장, 유도용 멜로디 음과 귀뚜라미 음의 고장, 음향 불량 작동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29%나 돼 전체 횡단보도 신호등의 50%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와 같은 지난해 9월의 조사결과가 지난 4월 재조사 당시 개선된 부분은 없고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신호등의 음성신호기는 검사 하는 곳마다 불법제품이었다 ⓒ2007 welfarenews
▲ 신호등의 음성신호기는 검사 하는 곳마다 불법제품이었다 ⓒ2007 welfarenews
현재 음향신호기는 성능이 미달이어도 인증제가 없어 성능 미달 제품과 해당 제조사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다. 시행령도 아닌 시행규칙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기를 설치할 수 있다’로 적혀있기 때문에 이것은 의무가 아닌 단지 권장사항으로 밖에 인정할 수 없다. 바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제품임에도 국가표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음성유도기 또한 장애인편의증진법과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 국가표준제품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 인증 제품과 규격미달 제품이 설치되고 있어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음향신호기 설치와 운영 실태조사에 직접 참여했던 김기복 대표는 “지금 설치되고 있는 음성신호기와 유도기는 기계 자체가 시작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제품”이라며 “제품의 질이 개선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기준에 맞도록 개선이 될 때까지는 설치를 일차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부는 장애인편의증진법과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 ‘반드시 국가표준제품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화를 추가해야 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힘을 실어 문제를 지적하고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기들이 실질적인 사회복지증진을 위한 결과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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