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손목이 뻐근하다. 세정아, 할머니 방에 가서 그거 가져와.”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는 잠시 고민한다. 이 약이 과연 손목이 뻐근할 때 발라도 효과가 있을까?
나의 외할머니는 파스가 필요할 때,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데었을 때나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날 때, 심지어 벌레에 물렸을 때도 ‘안티땡땡땡’을 찾으신다. 가끔 내가 할머니께, 그 약이 그렇게 효과가 좋으냐고 여쭤보면 할머니는 “그럼, 이것만 바르면 아픈 게 싹 가시지” 하신다.
할머니에게 ‘안티땡땡땡’은 만병통치약이다. 그 약이 정말로 모든 상처에 딱 맞는 효능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나을 거다’는 믿음이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치료해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뻐근함을 치료해 줄 만병통치약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일을 한다고 주름이 펴지고 장정만큼 힘이 솟게 되진 않을지라도, 당신들이 아직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대한은퇴자협회 주관 ‘2007히어로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나이를 뛰어넘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의미에서 노령히어로를 선발하는 행사다. 최우수노령히어로로 선발된 김남수 할아버지는 64년 째 침술원을 운영하며, 뜸사랑 봉사단을 조직해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잠시라도 누워 있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아흔 둘이라는 나이가 숫자일 뿐임을 당당하게 증명했다.
그들이 흘린 땀으로 우리는, 먹고 입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예뻐지고 더 부자가 되려는 욕심이 문제인 시대에 살게 됐다. 그러나 지금, 능력과 기술을 충분히 갖춘 대부분의 영웅들은 사회의 변두리에서 인생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있다.
청년실업 때문에 젊은이들도 일을 못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일하는 건 탐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국가의 구조적인 문제를 왜 모두 노인들이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은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지금껏 한국 사회를 일궈내고, 앞으로는 제대로 영글게 할 어르신들. 그들의 만병통치약을 우리 젊은이들이 보장해드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