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홍성현씨 ⓒ2007 welfarenews
▲ 노인환자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홍성현씨 ⓒ2007 welfarenews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홍성현(58)씨는 50평생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봉사를 하게 된 계기’라는 질문은 그에게 무의미했다. 홍씨는 지난 6월부터 서울북부시립병원(이하 시립병원)의 노인환자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젊은 시절 그는 미대 석사과정을 마친 후 교사생활과 화실운영을 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그는 민주화를 위해 서울에서 소위 ‘넥타이부대’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삶을 포기했다. 그 이후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해온 홍씨의 삶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노인 초상화 봉사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미술교육과 노인들에게 미술치료 봉사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사회변혁운동을 하며 화실운영까지 그만둬 홍씨의 경제적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노점상과 막노동 등 안 해본 일들이 없다. 배울 만큼 배운 젊은 지식인으로서 개인의 안전을 포기하고 힘든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을까. 그도 사람이기에 때론 억울함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편한 길을 택해 잘 살고 있는데, 정작 자신가족과 자신은 힘든 삶을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 그는 “돈은 없고 몸은 아팠지만 마음만큼은 편했다”면서 “물질적인 것 보다 정신적인 것이 언제나 우위”라고 말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자신보다 못 배우고 돈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홍씨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떳떳한 삶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사람이 돼야한다’는 의미가 그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홍씨는 앞으로의 계획이 없다. 그는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를 떠나 현재의 상태에서 좀 더 나은 생각과 정신으로 끊임없이 나를 다스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유혹이 있다. 그 중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놓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 사는 치열한 사회에서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홍씨에게 오랜만에 가슴 따뜻함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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