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잇!” 우렁찬 기합소리가 태권도장에 울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들이 구령에 맞춰 발차기를 한다. 다리가 머리위로 훌쩍 올라가는 할머니도 있고, 기와와 송판을 주먹으로 단숨에 격파하는 할머니도 있다. 평균연령 72세라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는 모습이다.

부평구 부개동 서강대 태권도장에는 24명의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하 시범단)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이 곳에서 태권도를 한다. 국기원의 정식 승단 시험을 거쳐 실력을 인정받은 공인 유단자도 있다.

시범단은 지난 1989년 서강대 태권도장의 윤여호(62) 관장에 의해 창단됐다. 노인학교 체육교실에서 강의를 하던 윤 관장은 노인들에게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와 씩씩함을 느꼈다. 그리고 노인들도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할머니들을 모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창단멤버인 지복연(75) 할머니는 공인 3단의 실력자다. 직장암 수술 후 태권도를 시작한 지 할머니는 이제 약을 먹지 않고도 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해 졌다. 기운이 없다가도 태권도만 하면 힘이 난다는 지 할머니는 “내 병을 낫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은 의사고, 두 번째는 태권도다”라며 애착을 보였다.

지 할머니뿐만 아니라 태권도를 시작한 후 할머니들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영자(72)할머니는 “체중이 감량되면서 당뇨도 낫고 심장도 좋아졌다”며 “동작을 외우다보니 치매도 예방 된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하며 할머니들은 눈빛부터 시작해 모든 면이 달라졌다. 강순례(61) 할머니는 “몸이 안 좋아 우울증까지 겪었지만, 태권도를 하며 자신감을 얻어 표정도 밝아지고 다른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됐다”며 “체력이 다 할 때까지 태권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성숙(72) 할머니 역시 “한 태권도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며 “이제 태권도는 내 인생이고, 태권도 없이는 못 산다”고 덧붙였다.

윤 관장은 “할머니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실력이 여태까지 시범단을 이끌어온 원동력이 됐다”며 “앞으로도 체력이 되는 한 계속 활동하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되찾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 시범단은 전국 청소년 태권도 가족대회 참가와 부평구 구청장 대권도 대회 시범을 앞두고 매일 연습에 여념이 없다.

할머니들의 태권도 사랑이 더 멀리 전파돼 전국의 노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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