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있었던 ‘방송과 인권’ 토론회에서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한희정 강사는 “드라마에서 불륜이 건전하게 발전되는 경우가 없고 남성 중심적으로 그려지는 등 미디어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장애인의 입장에서 풀이하면 미디어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그 사회가 만든 차별과 억압이 그대로 미디어에 재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디어가 곧 장애인 사회를 다시 차별하고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서 ‘장애민중행동대회’의 참가자들이 외친 것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대한 분노다. 강변북로를 점거하고 횡단보도에 누운 채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장애어린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불법인줄 알면서 ‘비난이 무관심보다 낫다’며 마포대교를 점거하고 절규한 것은 그동안 얼마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비참하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시혜나 동정이 아니다. 시민주체로서 당당한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는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육권, 노동권, 문화향유권, 이동권, 방송권 등을 누리는 데 차별과 억압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그들의 요구는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평화시위’를 하는 그들에게 경찰은 방패를 휘둘러 휠체어가 파괴됐고 전투화에 밟혀 안경이 깨졌다. 한 여성장애인은 성추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활동보조인과 장애아이를 둔 부모, 일부 시각장애인은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의 폭력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그들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게도 경찰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도까지 폴리스라인을 만들고 휠체어를 손수 밀어주는 것이었다. 왜일까? 킨텍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장애인대회’를 뒤늦게 의식했던 것일까?

‘장애민중행동대회’ 참가자들의 외침과 절규를 하늘은 들었나보다.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그들이 걸었던 그 길에 피와 땀을 흘린 장애활동가들의 차별에 대한 저항의 역사가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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