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혜숙 회장 ⓒ2007 welfarenews
▲ 허혜숙 회장 ⓒ2007 welfarenews

“천천히 기어 다니는 애벌레도 반드시 아름다운 나비가 돼서 날아가죠? 우리 여성들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전국에 지부를 두고 1만 명이 훌쩍 넘는 회원들을 이끌어 가고 있는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의 허혜숙 회장이 의지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인이 된 허 회장은 많은 여성 장애인들이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열성을 다해 활동하고 있다.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은 장애여성들이 경제적 자립 기반을 구축해 빈곤을 탈피하는 동시에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난 2004년 설립된 단체다.

허 회장은 여성장애인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소외로부터 벗어나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 주체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설립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했고 많은 시련도 있었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여러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을 탄생시켰다.

허 회장의 장애여성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이 빛을 발한 것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열렸던 ‘제1회 세계장애여성지도자대회(이하 대회)’.
처음으로 한국의 장애여성이 주도하는 대회였기에 그녀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준비에 ‘올인’했다. 1,200여명이 넘는 세계의 장애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대회에서 그녀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유엔국제장애인권리협약 성안 과정에서 ‘여성단독조항’을 최초로 제안, 관철시켜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당당히 밝혔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립을 해야 했고 그를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한.중.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딴 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일자리는 고사하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테스트조차 받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허 회장은 자신이 겪었던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다른 여성 장애인들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차별에 놓인 가장 소외된 사회적 약자인 것 같다. 그러나 여성 장애인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돼야 장애인과 소외계층,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허 회장은 여성 장애인을 위해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는 단체명에 ‘장애’라는 단어도 넣지 않았고 ‘장애를 희망으로 바꾸는 여성들’이라는 주제 아래 전국의 여성 장애인과 교감하고 있다.
그녀가 진행하는 사업 중에는 장애 부모를 둔 자녀들끼리의 모임을 만들어 소통하고 부모의 장애가 멍에로 다가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뿌리와 새싹’이라는 가족지원센터도 있다.

앞으로도 장애 여성들이 당당해 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사업과 일회성 참여가 아닌 지속적인 참여를 통한 역량강화를 목표로 가지고 있는 허 회장은 “여성장애인들이 나비가 되기 위해 저마다 값진 노력을 하고 있다. 비록 그 속도가 더디고 답답하겠지만 사회에서 기회를 준다면, 머지않아 높은 하늘에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수 놓아 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애를 가진 지도자로서 많은 여성의 마음과 미래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땅, 바로 이곳에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그녀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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