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4만5,225가구이던 조손가정이 2005년 5만8,101가구로 늘어나 약 28%증가했다. 부모의 사망과 이혼, 맞벌이 부부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현상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손가정의 상당수가 어린이의 정서 등을 고려해 생활실태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조손가정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2005년 당시 전라남도가 자체 조사한 조손가정은 5,003가구로 통계청의 수치보다 많았다.
올해 통계청의 전국 가계조사를 보면 조손가정 가운데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정에서 생활하는 어린이의 비율은 48.5%에 달했다. 조손가정의 빈곤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이에 대해 법적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손가정에 대해 무관심해 왔다. 단지 조손가정 중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가정위탁부모로 지정될 경우에만 양육 보조금을 지원해왔을 뿐이다.
조손가정은 조부모와 손자녀가 서류(주민등록)상 부양의무자와 보호자가 있기 때문에 기초수급이나 생활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관계 당국은 조손가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아동복지법 등 복지관련법상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조손가정의 최대 피해자는 자녀들이다. 생활고를 겪는 것은 물론 마음의 상처도 커져 학력저하와 범죄로의 노출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이경수 소장은 “여러 기관에서 방문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수치심만 커져 자녀들이 비뚤어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손가정에 대한 정서적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다.
덕성여대 정익중 교수는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아이들이 상담을 자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방과 후 교실과 어린이 집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 아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모부자복지법에 조손가정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특례규정을 신설해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현재 전국의 조손가정 6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생활 및 양육실태조사’를 토대로 내년부터 각종 지원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그동안 법적 테두리에서 소외 받아온 조손가정의 자녀들이 경제적, 정서적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