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펀치 레이디'의 한 장면. ⓒ2007 welfarenews
▲ 영화 '펀치 레이디'의 한 장면. ⓒ2007 welfarenews

주인공 하은은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남편에게 13년간을 맞고 살아왔다.
딸이 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 연타를 날리는 남편. 딸의 성격은 자꾸만 삐뚤어지고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된다.
‘찍 소리’도 못하고 맞았던 하은은 남편의 경기가 있던 어느 날, 기자회견장에서 남편에게 “한판 붙어요! 링에서!”라고 선전포고 한다.

언론은 ‘사상 초유의 부부 이종격투기’라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하은은 경기에 임하기로 결심한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맞을 줄만 알았지 때릴 줄은 모르는 그녀는 이종격투기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을 찾아 나선다.
‘여자는 안돼’라며 거절하는 체육관들 속에서 하은은 어렵게 자신을 받아줄 체육관을 찾아낸다. 하지만 관장이랍시고 서있는 수현은 전직 수학선생으로 놀이방을 차리려고 체육관을 인수한, 싸울 줄 모르는 순박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수현은 하은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어설픈 방법으로 훈련에 돌입하는데...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하은은 남편에게 주먹 한방을 날릴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반항 혹은 여성우월주의를 떠나 ‘인간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하은의 아버지 또한 폭력남편이었음을 나타내 ‘폭력’을 하은의 트라우마로 설정했다. 하은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겨내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권을 묵살 당했던 하은은 남편에게 ‘링 위에서 한판 붙자’고 말한다.

‘링’은 곧 ‘평등의 기회’를 뜻한다. 링 위에 오르는 순간, 강자와 약자의 경계는 무너진다.
링에는 규칙과 심판, 그리고 관중이 있다. 남편은 집에서 하던 대로 하은을 다룰 수 없다. 그는 챔피언이고 그러한 행동이 ‘반칙’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2001년 영화 ‘조폭마누라’에서 기존과는 달리, 여자를 조폭 두목으로 등장시켜 팜므파탈을 보여줬던 강효진 감독의 작품이다.
강 감독은 “강자든 약자든 맞으면 아프다”며 “한 여자를 통해 약자들이 폭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스포츠는 본래 인간의 공격성을 건전한 정서로 순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작 및 악용이 통하지 않는 부부 이종격투기, 하은의 통쾌한 한 방을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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