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세가 심각한 장씨 ⓒ2007 welfarenews
▲ 탈모증세가 심각한 장씨 ⓒ2007 welfarenews
지적장애인의 인권침해 불법성을 알리고 제도적 대안의 촉구를 위한 공익소송이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일 18년 동안 임금 한 푼 주지 않은 채 장 모씨(58·지적장애3급) 부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생계비 등을 횡령해 온 가해자 박 모씨에게 4억8,000여 만 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해자 박씨는 지난 1988년 3월 경 월급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장씨 부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자신이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일을 시켰다. 장씨 부부는 이후 2006년 7월경에 이르기까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분을 치우고 이를 거름으로 만들어 처리하는 일과 계란선별 작업은 물론 가해자가 재배하는 과수원의 잡일까지 도맡아 해왔다. 약 1만2,000마리 정도의 닭을 사육하는 큰 농장의 일을 다른 근로자 없이 장씨 부부가 모두 해온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애초에 약속한 월급은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또한 박씨는 장씨 부부 모르게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이용해 통장을 개설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률에 따른 수급권을 신청해 지난 1992년부터 국가에서 장씨 부부에게 지급한 생계비와 장애수당 전부를 포한한 약 6천900여 만 원을 횡령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지난 9월 열린 형사재판을 통해 가해자 박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 18년간의 인권침해로 장씨 부부가 입은 피해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1심 판결에 앞서 2006년 7월, 연구소의 개입 후에 박씨는 장씨 부부에게 노동의 대가와 횡령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보상은커녕 횡령금 중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기간의 횡령액 1,800여 만 원을 입금시킨 후 ‘나몰라라’하고 있다. 연구소 법률위원 서영현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상 임금채권의 시효는 3년이어서 장씨 부부가 청구금액 중 상당액을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 시효기간을 장애인에게 적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라며 “어쨌든 가해자는 고용인으로서 장씨 부부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어겼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는 부인 박씨 ⓒ2007 welfarenews
▲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는 부인 박씨 ⓒ2007 welfarenews
건강상태는 매우 심각해

기자회견 후 본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씨는 “아침에 일어나 자기 전까지 쉬지도 않고 일하느라 힘들었어요. 그런데 주인은 욕만 해요. 몽둥이로 맞기도 했어요. 등을 막 때렸어요.”라고 말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본 장씨 부부의 모습은 50대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초췌해 보였다.

장씨 부부는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되다시피 노동을 강요당해 왔다. 장씨 부부는 양계장에 딸린 3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했는데, 그곳은 벌레와 파리 떼가 들끓고 악취가 심했으며 장판과 벽지는 온통 썩어 있었다. 따뜻한 물은커녕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다.

이런 유해환경에서 생활해 온 탓에 장씨는 위종양과 탈모 증세를 보여 지난 2월에 위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장씨의 부인 박씨(47·지적장애3급)는 치아 상태가 매우 안 좋고 협심증과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앞으로도 일을 계속해 생계를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장씨 부부를 치료했던 경북 구미의 00내과 정 모 원장은 “처음에 장씨 부부를 봤을 때 어떻게 이지경이 되도록 나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부인인 박씨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하고 잘못될 경우 뇌출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자 박씨는 1심 판결에 대해 현재 항고를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연구소 이혜영 활동가는 “지적장애인인권침해와 관련한 소송에 있어 가해자들이 폭력 등 갖은 방법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지적장애인들을 보호하고 먹여주고 재워줬다”고 항변하기 일쑤”라며 “피해자들이 장애 특성상 피해사실에 대한 자기 진술이 어려워 소송을 진행할 때마다 어려운 고비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사례가 발견돼 법률적인 구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머물거나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거니와 증거확보 등이 어렵고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지적장애인이 인권침해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만큼이나 이후 대응과정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혜영 활동가는 이어 “이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명백한 불법임을 극명하게 드러나도록 꾸준히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가해자에게는 심각한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사례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한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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