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폐가 천원, 오천원, 만원권 3종의 지폐가 구별이 쉽지 않아 시각장애인에게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시각장애인은 색깔로 지폐를 구별하지 못한다. 더욱이 신권은 비장애인조차 얼핏 봐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김기복(54·택시운전)씨는 “밤에 운행을 하다 보면 손님에게 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천원을 받은 적도 있고,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만원을 천원권들과 같이 내준 적도 있다”며 “우리도 겉으로 봐서 구별이 어려운데 시각장애인들은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색깔로 지폐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각 지폐 모퉁이에 있는 점(천원권은 점 한개, 오천원권은 점 두개, 만원권은 점 세개)이다. 그러나 점의 지름이 2.5mm이고 심도가 55~59mm밖에 되지 않아 손 감각이 뛰어난 시각장애인이라도 갓 발행된 신권지폐가 아니면 구별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점 표식이 잉크로 돼 있어 시간이 지나 지폐가 마모되면 구별은 더욱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시각장애인들은 지폐의 크기를 비교해 작은 것 순서대로 천원, 오천원, 만원으로 구별한다. 하지만 이는 세 종류의 지폐가 같이 섞여 있을 때의 경우이고, 각자 한 장씩 있을 때는 정확히 구별해 내지 못하는 편이다. 조선대 특수교육학과 김영일 교수가 시각장애인 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폐를 잘못 구분해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72명에 달했고, ‘지폐를 한 장만 가지고 있을 경우 액면가를 구분할 수 없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65명으로 나타난 결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결국 지폐의 점은 무용지물이며 지폐를 제조한 이들의 전시적인 발상의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앞으로 오만원권과 십만원권 등 고액권 지폐가 등장할 예정이고 이미 지폐에 들어갈 인물의 선정도 끝난 상태다. 문제는 지폐 구별에 대한 다른 방법이 모색되지 않은 채 2종이 더 유통된다면 시각장애인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 관장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점의 크기를 조금 더 크거나 높게 하고 구김이 가지 않는 재질로 바꾸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러면 지폐의 부피가 늘어날 수 있다. 둘째, 지폐의 한 귀퉁이를 잘라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천원은 한 군데, 오천원은 두 군데, 만원권은 세 군데, 오만원 권은 네 군데 귀퉁이를 잘라내고, 십만원권은 원상태로 두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폐가 손상됐을 경우에는 식별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 지폐의 가로와 세로 길이를 모두 다르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과 마찬가지로 각자 한 장씩 있을 때는 구별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넷째, 최신 장비를 이용해 음성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작 경비와 다른 기자재를 이용해야만 식별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관장은 “지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진정 없는 것인지, 토론과 공청회 등을 열어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해결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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