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가 올해에 비해 6.4% 인상된다. 그런데 이와 함께 병원 입원 환자의 밥값 본인부담이 늘어났고 전혀 내지 않았던 6세 미만 입원 아동의 본인부담금도 10%씩 내는 정책이 결정됐다.

지난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4시간이 넘는 협상과 논의 끝에 2008년도에 적용할 건강보험료 및 의료수가(환산지수)를 최종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팀 주정미 팀장은 “보장성 확대, 보험 급여비 급증을 감안한 적정 수준의 보험료 및 수가 조정 필요성과 원유가 상승 등의 경제 여건 및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보험료 인상 부담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함께 강구하면서 위원들이 치열한 논쟁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안을 내놓은 공익대표단은 “약제비 절감, 적정성 평가와 같은 관리 강화,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 정부와 공단의 자구 노력을 통해 약 1.2%의 재정을 확보할 것”임을 밝혔다. 또 “보장성과 지출 합리화 규모를 연동하되 시행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추가적으로 1%를 절감,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보험료율 결정의 배경을 언급했다.

그러나 여러 노동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료 6.4% 인상과 병원식대 및 어린이 입원비 본인부담 인상에 대해 불만이 상당하다. 건정심의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사회단체 모두 ‘일방적 결정’이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병원식대와 어린이 입원비 본인부담 인상에 반발해 우리측과 한국노총은 퇴장한 가운데 통과가 이뤄졌다”며 “정부가 건강보험 정책의 실패를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보장성 강화를 더욱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병원식대와 어린이 입원비를 부담시켜 절감한 재원만큼 다른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윗돌을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나섰다.

식대와 어린이 입원비 문제는 시행된 지 이제 1년 6개월밖에 안된 제도들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이 혜택을 피부로 느끼기도 전에 예산이 더 들어간다는 이유로 결정을 번복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보장성을 후퇴시킨 복지부의 행태는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건정심 결정 내용을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 위해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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