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대해 의식을 하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해 왔다면 지금쯤은 어떤 소득이 있을까 ? 그리고 지금 나는 행복한가 ?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하기 어려웠는데 캐럴 로스웰(Rothwell)이라는 영국의 심리학자와 피트 코언(Cohen) 이라는 상담가가 세계 최초로 행복공식이라는 것을 수치화하여 발표하였다.

행 복 = P + ( 5 × E ) + ( 3 × H )

무슨 수학공식 같은데 여기서 P는 개인적인 특성(인생관, 적응력, 탄력성)을, E는 생존조건(건강, 인간관계, 재정상태), H는 더 높은 수준의 조건(자존심, 기대, 야망)을 말한다.즉, 행복=개인적인 특성+(생존조건×5)+(높은수준의조건×3) 이라는 것인데, 우리의 인생관이라든지 사회 적응력, 탄력성보다도 매우 중요한 것은 생존조건으로서 개인의 건강과 인간관계, 재정상태라는 것이다.

이 공식을 위해 18년 동안 1,000 여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의 상황 속에서 그들이 더 행복하게 만드는 5개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라니 전혀 엉뚱한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개인의 건강이라든지 인간관계, 재정상태가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건강과 재정은 사회제도와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취 가능해 보이지만 가장 쉬울듯 해 보이는 인간관계만큼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급여의 고저나 업무량의 과소보다도 조직 안에서의 관계가 더 어렵다고 하겠는가 ?
인간관계를 잘 하지 못하면 직장을 이직하거나 퇴사 후 방황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 같다.
공식을 만들어낸 학자들도 행복해 지기 위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타인과 밀접한 대인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라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가 말이다.

대학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공식이 ‘나 전달법(I-message)’ 이었다.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너 전달법’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자.
너 한번 혼나볼래? / 아빠 오시면 어디 두고 보자. / 아유 고소해. 쌤통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 창피한 줄 알아라. / 대체 네가 뭔데 그래? / 너 정말 그렇게 열 받게 할래? / 이게 어디서 감히! / 넌 어쩜 그렇게 네 아빠(엄마)랑 똑같니? 똑같다 똑같아. 누가 너희집안 식구 아니랄까봐. / 넌 정말… 등 등.

분노와 절망을 나타내는 이 흔한 표현들은 모두 ‘너’라는 말로 시작된다. ‘너’로 시작되거나, 혹은 상대를 비난하거나 모욕하고 상대가 얼마나 나를 실망시켰는지 알게 하려고 ‘너’를 사용한다. 그러나 너가 아닌 ‘나’가 들어가는 말을 사용하면 사람의 자존심과 인격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우리의 의도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현재의 여의도 공원이 1980년대엔 광장이었다. 버스로 지나며 신기해하던 이곳에서 친구와 롤러스케이트를 타기로 약속하고 나갔지만 친구는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약속에 늦는 친구가 아닌데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반대편에도 롤러 대여점이 있다고 한다. 저쪽인가 싶어 있는 힘을 다해 뛰어 갔지만 역시 친구는 없었다. 롤러대여점 아저씨에게 메모를 남기고 다시 반대편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자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날 즈음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2시간이 지나자 폭발 직전이 되었다. 집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는데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약속을 어긴 친구 놈에게 한소리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3시간을 기다렸다.
여의도 광장 이곳과 반대편을 오가며 확인했는데도 친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자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혹시 이곳에 오다가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 아니면 집안에 큰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나와의 약속보다는 친구와 친구의 가족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을 찾으며 기도를 했다. 제발 무사하기만을..... 다시 전화를 해봐도 연락이 안 되자 불길한 예감에 눈물까지 나왔다.
이제 해도 지고 추위까지 겹쳐 더 이상 그곳에서 기다리는 건 무리란 생각에 집으로 가려고 일어서는데 저쪽에서 친구가 걸어오는 것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약속을 깜빡 잊고 잠이 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걸었던 전화에 잠을 깨서 보니 이미 2시간여가 지난 상태였고 부랴부랴 나왔지만 이미 약속시간을 4시간이나 지나서 도착한 것이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그의 안전을 기원하는 나는 어디가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심한 욕을 친구에게 쏟아냈다. “너 때문에 이 추위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야, 너 때문에 걱정하느라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고작 퍼질러 잠을 자. 내가 그렇게 형편없이 보여 ?”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가며 화를 냈고 화해를 청하는 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화를 내며 집으로 와버렸다. 그 이후 가장 친했던 친구와는 아주 오랫동안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친구가 왜 늦었는지 얘기를 듣고 나서, 내가 기다리는 동안 여의도 초겨울 바람에 얼마나 추웠으며, 마음으로 너를 걱정했으며 안녕을 기도했는지 아느냐 ? 다음부터는 절대로 약속에 늦지 말아라. 이것이 친구에게 전하고픈 내 메시지였으며 이것만 전달해도 친구는 충분히 내게 미안해하고 속깊은 친구로 오랫동안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너 전달법’은 그러질 못했다.

혹시 지금 내 가족이라든지 친구 혹은 누군가에게 속 상한 일이 있어 멀리했다면 ‘너 전달법’으로 이야기하거나 속으로 삭이지 말고 ‘나 전달법’으로 이야기 해보자.
이때 상대를 살짝 칭찬해 주는 것도 아주 좋을 듯하다.

이제부턴 우리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 전달법’을 사용해서 생활하고 더욱 더 행복해지자.

조상윤 교수
국제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한국웃음복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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