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으로 가는 턱이 높아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혼자 올라갈 수 없다 ⓒ2007 welfarenews
▲ 투표장으로 가는 턱이 높아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혼자 올라갈 수 없다 ⓒ2007 welfarenews

오는 19일 치러질 제 17대 대통령선거. 장애인도 진정한 참정권의 확보와 민주주의 정치 실현을 위해 유권자로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의 투표장 접근권은 얼마나 좋을까?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용산구 투표소(총 59개소)에 대한 편의시설 조사 결과는 아직도 장애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난관이 많음을 보여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서 투표가 가능한 곳이 21개소(35%), 도움이 필요한 곳은 20개소(34%), 도움이 있더라도 혼자 투표하기 힘든 곳은 18개소(31%)로 드러났다.
심지어 용산구는 주도로에 육교와 지하보도만 있어 장애인의 이동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조사돼, 장애인들은 용산구를 ‘장애인의 섬’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전동휠체어는 무려 4명의 성인이 들어올려야지만 턱을 올라갈 수 있다. ⓒ2007 welfarenews
▲ 전동휠체어는 무려 4명의 성인이 들어올려야지만 턱을 올라갈 수 있다. ⓒ2007 welfarenews

이에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중증장애인투표알리미단(이하 알리미단)과 함께 올해 선정된 투표장 접근권을 점검해봤다. 알리미단은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해 장애인의 접근권이 얼마나 변화됐는지 파악하고,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투표소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올해 총 1,759명의 장애인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게 될 서울시 용산구. 용산구는 지체장애인 465명, 뇌병변장애 655명, 시각장애인 299명 등으로 편의시설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유권자들이 많았다.

알리미단은 ‘장애인의 주권 행사는 장애인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주제와 함께, 중증장애인이 직접 투표소의 편의시설을 점검하도록 조를 편성했다.
투표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 59개소였고, 장애인이 투표하게 될 투표소는 넓은 동선과 엘리베이터, 장애인 전용 화장실, 점자유도블록, 휠체어 경사로 등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점검을 위해 투표소에 방문한 장애인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골목이 좁고 경사가 급해 전동휠체어는 들어갈 수조차 없는 몇 곳은 투표소 점검을 하지도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서빙고동 제3투표소로 지정된 S아파트 경로당의 경우에는 턱의 높이가 무려 16cm가 넘어 수동휠체어는 도움을 받지 못하면 입장이 불가했고, 전동휠체어는 성인 4명이 들어 올려야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투표소로 지정된 경로당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휠체어로 과연 이 곳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 ⓒ2007 welfarenews
▲ 투표소로 지정된 경로당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휠체어로 과연 이 곳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 ⓒ2007 welfarenews

동빙고동 제2투표소로 지정된 경로당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휠체어로 올라가고 내려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화장실은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설치돼있지 않았다.
알리미단으로서 점검에 직접 참여한 지체장애1급의 권영진씨는 “장애인을 위한 투표장 접근권이 이렇게 열악한데, ‘장애인을 위하고 있다’고 말하는 국가는 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뽑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도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위한 투표소 편의대책은 해마다 논의되고 있다. 용산구 선관위는 지난 11월 초부터 편의시설이 열악한 지역의 현지점검을 통해 예년보다 7곳의 투표소를 조정했다. 또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 보다 나은 투표장 접근권을 위해 노력중이다.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을 고려해 문턱을 없애고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한 투표소 ⓒ2007 welfarenews
▲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을 고려해 문턱을 없애고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한 투표소 ⓒ2007 welfarenews

용산구 선관위는 편의시설이 열악한 투표소에 대해 투표안내도우미를 2인씩 배치하고 각 투표소에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신형 기표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투표안내문 발송과 함께 투표보조용구를 비치했다.

용산구 선관위 양병일 관리계장은 “올해부터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스스로 투표할 수 없는 대상은 본인의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2인의 도움으로 함께 기표소 출입이 가능하도록 공선법으로 보장했다”며 “투표 당일에는 임시경사로를 설치하고 리프트장착차량도 운행해 거소지에서 투표소로 안내하고 귀가 시 운행도 책임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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