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방송프로덕션에서 휴먼다큐를 찍고 있는 PD 송수정.
억지 눈물과 감동으로 동정심에 호소하는 프로그램에 신물이 난 그녀는, 차라리 ‘동정심 없는 아프리카 사자’를 찍겠다며 밀린 월급 대신 회사 카메라를 챙겨 나온다.
그러나 아프리카 촬영은 취소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메라를 날치기 당한다. 그때, 어디선가 화려한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카메라를 되찾아준다.
그는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주장하며, 악당이 자신의 머릿속에 크립토나이트라는 광석을 넣어 현재는 초능력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자칭 슈퍼맨은 여학교 앞 바바리맨 혼내주기, 잃어버린 개 찾아주기 등 사소한 선행에 열중하는가 하면, 북극이 녹고 있다며 지구를 태양에서 밀어내기 위해 물구나무를 선다.
수정은 엉뚱한 그를 휴먼다큐에 담기로 한다. 그 결과, 감동적 상황을 조작해 만든 수정의 휴먼다큐 ‘지구를 지켜줘요, 슈퍼맨’은 시청률 대박을 달성한다.
성공이란 안도감에 빠져 쉬고 있는 수정 앞에, 슈퍼맨이 다시 나타난다.
슈퍼맨은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괴물이 나온다는 골목으로 수정을 데려가고, 수정은 그 곳에서 머리를 다친 슈퍼맨을 병원으로 옮기는데... 그날, 슈퍼맨에게 숨겨져 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도와줘요, 슈퍼맨!”
영화 ‘슈퍼맨’을 보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외친다.
이 목소리를 들은 슈퍼맨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곧장 달려간다.
외국영화 ‘슈퍼맨’에서 주인공은 실로 초인적인 힘을 가졌다. 그러나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사나이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나이든 사람을 때리고 있는 저 사람을 막아야 해, 힘없는 자를 상대로 폭행을 휘두르는 건 나쁜 짓이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지? 무턱대고 나섰다간 내가 다칠 게 분명해! 행여나 저 사람이 나에게 보복을 하면 어떡해! 못 본 척하자!’
인간은 누구나 불우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어디까지나 마음일 뿐, 행동으로 실천되지는 않는다. 또한 도와준다할지라도 행동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시간이 걸린다.
도덕과 정의는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있다.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그것들을 우리가 애써 짓누르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봤을 때, 하와이언 셔츠의 사나이는 슈퍼맨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슈퍼맨처럼 힘이 세지도, 총알을 막아낼 수도, 건물을 들어 올릴 수도 없지만, 그는 우리가 외면하는 진실을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유일한 작가의 소설 ‘어느날 갑자기’에 수록된 동명 단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정윤철 감독은 “인간극장이라는 한국적인 소재와 슈퍼맨이라는 세계적인 소재를 결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려한다”며 “행복한 전체관람을 위해 설 연휴에 맞춰 반드시 납품하겠다”고 장담했다.
정 감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달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하니, 이 또한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인간의 초인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슈퍼맨이 공상 속 인물이 돼버린 건, 우리가 진실을 멀리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