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에서 두 명의 장애자녀를 양육하던 아버지 박모씨가 아이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한 적 있다. 박씨는 당시 발당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어 11월에는 지적장애의 딸을 둔 어머니가 딸과 함께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을 접한 전국의 장애자녀 부모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장애자녀를 둔 서울 구로구의 윤모씨는 “장애를 가진 자녀도 이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자녀의 생명을 부모가 임의로 끊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윤씨는 한편으로 “장애를 가진 자녀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또 장애자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음은 분명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결국 이러한 죽음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은 공공의 의료기관 하나 존재하지 않아 고액의 비용을 들여가며 사설치료실을 이용해야 한다.

또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먼 거리일지라도 특수교육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직업재활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 실업상태며, 선진국이라면 모두 갖춰져 있는 연금제도, 성년후견인제도 등도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미래가 뻔히 보이는 현실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전국의 장애자녀 부모들이 연구해 마련한 ‘장애인 가족지원 관련 정책안’은 이런 시점에서 오아시스와도 같다. 얼마 전, 이명박 당선자를 상대로 ‘장애인 가족지원 관련 정책안’의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장애인 가족지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제도와 인력이 없는 실정에서 정책안이 도입된다면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차기 정부가 외치는 국민성공시대, 선진화 사회의 안에는 500만에 가까운 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있다. 타들어가는 가슴을 쥐며 좌절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수 없다면 정부가 바라는 선진국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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