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2008 welfarenews
▲ 장애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2008 welfarenews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다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인권’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장애계를 넘어 많은 인권,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 내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추진 중인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반대하며 지난달 24일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대통령 직속기구화 방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많은 인권단체들, 왜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서도 철야 농성까지 강행해야 했을까?

인수위는 지난달 16일, 그동안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인권옹호 업무를 수행해왔던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꿔야 한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이를 골자로 하는 인권위 개악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수위의 방침과 한나라당의 개악안 제출이 인권위 설립 논의 당시인 지난 2001년, 한나라당 소속의원 전원이 발의한 법안의 취지에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인권위에 입법, 사법, 행정부 3권 분립의 원칙 밖에 존재하는 독립적 지위를 부여했고, 대통령에게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었다.

28일 촛불문화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개편을 반대했다. ⓒ2008 welfarenews
▲ 28일 촛불문화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개편을 반대했다. ⓒ2008 welfarenews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인권위의 지위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기계적인 헌법 해석으로 인권위 설립 논의 당시의 입장을 180도 뒤집어버렸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인권위에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다가, 막상 여당이 되자 인권위의 권력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는 어떤 정당이나 정권에 따라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는 기구가 아님이 분명하다.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고 이에 관한 국가책무를 이행하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인 것이다.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은 지난 1993년 UN총회 결의로 채택된 ‘파리원칙’에도 명시돼 있다.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반대하는 인권활동가들은 “행정부의 권력 아래 놓이게 되는 인권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인권위의 형식적, 내용적인 독립성 보장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어 얼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인수위원들의 무지를 비난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멘트가 모여 공이 만들어졌다 ⓒ2008 welfarenews
▲ 인권위의 독립성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멘트가 모여 공이 만들어졌다 ⓒ2008 welfarenews

특히 오는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장애계는 인수위의 행동을 ‘반인권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하며 또 다시 투쟁해야 함을 걱정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장애인차별철폐본부 박김영희 본부장은 “인수위의 판단대로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됐을 경우, 장애인이 차별을 당했을 때 진정으로 장애인의 차별에 대해 조사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며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7년을 투쟁해 왔는데, 우리의 현실은 또 다시 꿈이 됐고 허탈함만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사회에서 차별받는 장애인 등의 소외계층이 이제 어디 가서 의지하고 기대게 될지 걱정이다. 정말 답답하고 억울할 때 하소연 할 곳도 없어질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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