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씨. ⓒ2008 welfarenews
▲ 김형수씨. ⓒ2008 welfarenews

“시력을 잃고 나서 내 자신과 가족에서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히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사 최선을 다한 덕분인 것 같아요.”

오는 26일, ‘장애노인의 삶의 질 영향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조선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김형수(43)씨. 그는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이다.

지난 1992년 조선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0년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으로 일했던 김씨는 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실명의 아픔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01년 9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두 눈을 모두 잃고 말았다.

그러나 김씨는 장애를 딛고 일어나 전문성을 쌓기 위해 원광대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장애’로 인해 세상과 쌓아지는 벽은 높기만 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도 턱 없이 부족했고, 더구나 시각장애를 안고 교재와 논문, 여러 자료들을 접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김씨에게 포기란 없었다. “장애인이라고 집에만 있다가는 더 많은 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 나도 내 자신이 무능한 것 같아 자꾸만 우울해졌고 열등감에 빠져 자기비하를 하기도 했었다”고 말하며 그는 “때문에 학교를 꾸준히 나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자살문제다. “나도 한때 자살을 생각했기 때문에 자살 문제에는 유독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이와 관련한 논문을 4편이나 발표했고 지난 2006년 후반기에는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으로서 공부한다는 것,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컴퓨터 화면의 문자를 소리로 변환해주는 화면리더기가 이미지는 읽지 못해 하루 종일 인터넷을 검색해도 그렇다할 자료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또 자료를 구한다 해도 타이핑을 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시간과 공력, 돈을 몇 배는 더 들여야 했다.

“결국 논문통계작업을 할 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아내의 손을 빌렸다”던 김씨는 “하루 종일 나를 위해 타이핑해 주고 통계프로그램을 배우고...그동안 해오던 과외와 학원 강사를 그만두면서까지 뒷바라지해 준 아내에게 매일 매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행복한 웃음을 건넸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장애노인의 삶의 질 영향요인 분석’이란 주제의 논문은 ‘장애 노인들은 비장애 노인이나 젊은 장애인에 비해 모든 상황에서 더욱 취약한 만큼 유형별로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김씨의 주장이 강하게 담겨있다.

현재 ‘빛고을행정복지회’를 결성해 활동 중인 김씨는 앞으로 법인을 만들어 지역사회 복지를 연구하고 봉사도 할 계획이다.
“장애인들도 자꾸 사회로 나와 여러 단체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가정이 있는 장애인으로서 직업재활에 전념하고, 나의 경험을 강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오늘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김형수씨. 그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장애인들과 사회에 꿈과 희망이 심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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