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엄마 마음을 아는거니?”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삼육재활학교 서울학부모들의 기자회견에서 서울본교에 다니는 중증지체장애학생이 학부모들 속에서 플랜카드를 함께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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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엄마 마음을 아는거니?”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삼육재활학교 서울학부모들의 기자회견에서 서울본교에 다니는 중증지체장애학생이 학부모들 속에서 플랜카드를 함께 들고 있다. ⓒ2008 welfarenews

오랜 역사를 가진 명성 하나만 믿고 부모들은 자신의 장애자녀를 학교에 맡겼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의 설립 이념은 온데간데없고 영업 이익을 우선시하는 학교 법인에 의해 학생들은 학교 공간의 이용부터 배울 수 있는 권리까지 침해당하고 있다.

지난 1970년 개교 이래 현재까지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해 온 삼육재활학교. 사회복지법인 삼육재활센터의 부속 교육기관인 삼육재활학교는 본교를 서울에 두고 경기도 광주에 분교를 둔 형태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현재 학교를 경기도 광주로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 서울본교의 규모를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서울본교에는 유치부와 초등부만이 운영 중이고, 광주분교에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설치 운영되고 있다.

결국 내년에는 서울본교의 문을 완전히 닫고 광주 학교만을 운영한다는 것이 법인의 입장. 그렇다면 현재 서울본교에 재학 중인 중증장애학생들은 과연 무슨 수로 학교를 다닐까?

서울본교는 삼육재활센터 서울외래센터 내 4층 건물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각 교실은 법적 기준 면적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할 만큼 비좁고 화장실은 휠체어 2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중증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는 서울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모두 참석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투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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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는 서울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모두 참석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투쟁했다. ⓒ2008 welfarenews

또 학부모들은 보조인력의 부족으로 매일 점심시간마다 자녀들의 식사를 도와야하는데, 학부모들을 위한 대기실은 좁은 공간으로 인해 설치조차 돼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부모들은 남자화장실 내 한쪽에 장판을 깔고 식사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사용해야 하는 소규모 강당과 순회교사들의 사무실은 이미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고, 특히 올 초에는 법인측이 교실 3동을 비워달라고 요구해 학부모들의 원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삼육재활학교 서울부모회 엄해경 회장은 “학생들이 버젓이 학교를 나가고 있는데 정작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배운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이고 의무인데 이런 식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이제는 학교까지 없앤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난했다.
엄 회장은 이어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태도”라며 “애초에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을 지역별로 고르게 설치했었다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증지체장애학생의 모습 ⓒ2008 welfarenews
▲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증지체장애학생의 모습 ⓒ2008 welfarenews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내 아이가 교육차별의 아픔 느끼지 못하게...”

이러한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서울본교 학부모들은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중증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 설립을 촉구하며 그동안 겪을 수밖에 없었던 교육차별의 아픔을 토로했다. 특히 기자회견에는 서울본교에 다니고 있는 유치부, 초등부의 중증지체장애학생들도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아냐”고 반문하며 “장애학생을 포함한 공교육의 강화가 아닌 영재교육 등을 강조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은 잘난 몇몇의 영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 놓고 배우고 싶어도 장애를 가져 힘든 상황에 있는 학생들과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외면당하고 있는 특수교육을 일으키기 위해서 우리 부모들도 교육청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몸이 아파 서글픈 우리 아이들이 마음까지 아프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육재활학교 학부모회의 기자회견 ⓒ2008 welfarenews
▲ 삼육재활학교 학부모회의 기자회견 ⓒ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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